[사설] 6자회담,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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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차 6자회담이 내일 베이징에서 개막된다. 이번 회담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마지막 기회라는 점에 참가국들이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그런 만큼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회담의 진척 여부는 두 가지 변수에 달려 있다. 하나는 북한이 핵 포기의 대가로 또 다른 전제조건을 제시하느냐다. 북한은 그동안 6자회담의 목표가 '한반도의 비핵화'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22일 외무성 대변인은 '남북 간 평화체제가 수립돼야 비핵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현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돼야 핵을 포기할 수 있다는 의미로 들린다. 또 '6자회담은 핵무기 군축회담이 돼야 한다'고 밝힌 적도 있다.

만약 북한이 회담장에서 이런 주장을 꺼낸다면 이는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평화협정을 체결하려면 유엔사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엄청나다. 군축회담도 마찬가지다. 언제 상호 사찰을 시작해 이를 확인할 것인가. 그럼에도 이를 고집한다면 핵은 끝까지 쥐고 있으면서 이를 또 카드화해 보상을 얻어내겠다는 계략에 불과하다. 그러나 국제 사회가 그것을 받아줄 만큼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사실을 북한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미국은 3차회담 때 기존의 '핵폐기 완료시 지원'에서 '핵폐기 전제로 동결 돌입시 지원'으로 한 발 후퇴했다. 이번엔 6자회담 틀 안에서 북한과 양자회담을 갖겠다고도 했다. 회담 진전을 기대케 하는 대목이다. 문제는 미국이 북한의 우라늄 농축 핵 프로그램(HEU)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이냐다. 만약 미국이 이를 또 문제 삼을 경우 회담은 난기류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북.미가 이런 난제들을 어떻게 우회하며 슬기롭게 풀어나가느냐에 회담의 성패가 달려 있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 마지막 기회를 살리지 못한다면 곧바로 위기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북한에는 대북 전력 공급 등 모든 카드를 활용해야 한다. 미국에도 '당장 급한 플루토늄 핵부터 다루자'고 설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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