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人 과학in] GMT 완공되는 2020년, 한국 천문학 도약의 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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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1호 10면

차세대 지상 광학망원경(Giant Magellan Telescope)의 조감도. [사진 한국천문연구원]

차세대 지상 광학망원경(Giant Magellan Telescope·이하 GMT)의 제작 및 건설이 올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규모로 보면 세계 최대다. GMT는 주경(主鏡)의 지름이 25.4m인 초거대 망원경으로 2020년대 초반에 칠레 안데스산맥에 설치될 예정이다. GMT 건설은 2003년부터 국제 공동개발 사업으로 시작되었는데, 우리나라는 2009년 과학기술부의 예산 지원으로 이 사업에 참여했고 현재 미국의 7개 기관, 한국, 호주, 브라질 상파울루 대학 등이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지상 광학망원경 중 가장 큰 망원경은 주경 지름이 10m인 켁(Keck) 망원경이다. 주경의 크기로 비교할 경우 GMT는 켁 망원경에 비해 빛을 모으는 능력인 집광력은 약 6배, 분해능은 2.5배에 달한다. 현재의 기술로 만들 수 있는 가장 큰 반사경은 지름이 8.4m다.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지름 10m인 켁 망원경은 한 장의 크기가 1.8m인 육각형의 반사경 36장을 모아 주경 10m를 구현했다.

 GMT는 지름이 8.4m인 반사경 일곱 장을 연꽃 모양으로 배열해 전체 지름이 25.4m인 주경을 갖는다. GMT에 적용하는 첨단기술 중 대표적인 것으로는 적응광학기술을 들 수 있다. 두께가 매우 얇은 반사경을 이용해 거울의 모양을 변화시키며 지구 대기의 난류 때문에 생기는 별빛의 흔들림을 보정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지상에서도 우주망원경과 같은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다. 적응광학기술을 이용하면서 GMT는 지름 2.4m인 허블 우주망원경보다 집광력은 100배, 분해능은 10배 뛰어난 성능을 갖춘다.

 지금까지 대형망원경으로는 최대 약 100억 광년 떨어진 우주의 모습을 연구할 수 있다. 하지만 GMT로는 130억 광년 떨어진 우주를 연구할 수 있게 된다. 130억 광년 거리의 우주는 130억 년 전 우주의 모습을 담고 있어 대폭발 이후 탄생한 최초의 은하를 연구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또 현재까지 대형망원경으로는 많은 외계행성을 발견했지만 이들에 대해 직접적으로 사진을 촬영하거나 대기 성분을 조사하는 일은 불가능했다. GMT의 강력한 집광력과 분해능을 이용하면 외계행성에 대한 직접 관측을 통해 물리적인 특징이나 대기 성분 등을 연구할 수 있어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을 갖춘 외계행성의 탐색 연구도 가능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광학망원경은 1만원권 지폐에도 들어 있는 보현산천문대의 1.8m 망원경이다. 이 망원경은 1996년 준공돼 지금까지 국내 최대의 연구용 망원경으로 활용되고 있다. 천문학자에게 망원경이란 시력이 나쁜 사람에게 안경이 갖는 의미와 같다. 작은 망원경으로는 먼 우주를 자세히 연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90년대 후반 이미 8m 이상의 망원경을 보유한 미국·유럽·일본과 같은 선진국처럼 수준 높은 연구를 독자적으로 하기 위해 대형 망원경을 보유하는 것은 우리나라 천문학계의 오랜 숙원이었다. 다행히 이런 숙원은 2020년대 초 GMT가 건설되면 해소될 전망이다. 한국천문연구원에서는 이미 미래의 천문학자를 양성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GMT는 차세대 초거대 망원경으로서 각종 첨단기술의 집약체로 건설된다. 우리나라는 건설 과정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국내 기술을 망원경에 적용하고 선진국과 공동 제작으로 기술 발전에 나선다. 특히 지름 1.06m의 반사경 일곱 장으로 구성된 GMT의 부경 제작은 한국천문연구원을 중심으로 국내 연구팀이 주도할 계획이다. 망원경에 부착해 관측 연구를 수행하는 관측장비 중 가시광 고분산분광기와 적외선 고분산분광기의 개발에도 한국천문연구원이 참여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연구 역량에 비해 열악한 천문 연구시설 때문에 연구 경쟁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2020년대에는 GMT를 보유한 국가로서 두세 단계 도약해 천문학계의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될 것이다.

박병곤 단장 한국천문연구원 대형망원경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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