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Wide Shot] 태양계와 생명의 탄생 비밀의 문 열릴까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01호 16면

영화 ‘인터스텔라’는 상상의 세계지만 여긴 실제 상황이다. 혜성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애칭 ‘추리’)의 민낯이 드러났다. 혜성 위에 서 있는 기분은 어떨까. 암석으로 뒤덮인 혜성 추리를 딛고 선 탐사로봇 파일리가 지표면 사진을 찍어 지구로 보내왔다. 사진 여러 장을 이어 붙여 만든 혜성의 얼굴이다. 왼쪽 아래엔 파일리의 다리 세 개 중 하나가 보인다. A 고무 오리 장난감처럼 두 개의 큰 덩어리가 목으로 연결된 혜성 추리. B 혜성 탐사선 로제타호가 탐사로봇 파일리를 추리에 착륙시키는 개념도. C 파일리는 혜성 지표를 뚫고 들어가는 드릴 등 다양한 과학장비를 갖추고 있다. D 파리 라 빌레트 국립우주연구센터(CNES) 과학관을 찾은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가운데)이 당국자들과 함께 3D 안경을 끼고 파일리의 착륙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AP=뉴스1·뉴시스]

유럽우주국(ESA)의 우주 탐사로봇 파일리가 지난 13일(한국시간) 새벽 극적으로 혜성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애칭 ‘추리’)에 착륙했다. 2004년 3월 혜성 탐사선 로제타가 지구에서 발사된 지 10년8개월 만이다. 이번 혜성 탐사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아 보자.

탐사로봇, 혜성 ‘추리’에 안착

Q 로제타가 10년 넘게 항해했다. 어떻게 가능했나.
A 혜성 ‘추리’ 사이의 거리는 약 5억1000만㎞지만 지구·화성을 여러 차례 우회해 지나갔기 때문에 총 비행 거리는 64억㎞에 달한다. 태양~지구 간 거리의 42배가 넘는 거리를 항행하려면 무엇보다 지속적으로 전력을 생산해야 한다. 로제타는 32㎡ 크기의 태양전지판 2개로 1500W를 자체 생산한다. 또 1670㎏의 연료를 싣고 갔으며 24개의 추력기를 써서 필요할 때 궤도 변경과 자세 조정을 한다.

Q 탐사로봇 파일리의 혜성 착륙은 매우 어려운 기술인데.
A 혜성 추리는 총알보다 40배 빠른 속도(초속 18㎞)로 움직인다. 여기에다 가정용 세탁기만 한 파일리를 걸터앉히는 건 눈을 가린 채 말을 타고 날아가는 총알을 맞히는 것에 비유되기도 한다. 이 혜성은 가장 긴 축의 길이가 4.1㎞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작고 가벼워 중력이 지구의 수십만 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착륙했다 하더라도 다시 튕겨져 나갈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중력이 약하기 때문에 파일리가 착륙할 때 고정용 작살을 사용했다. 하지만 작살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두 번이나 튕겨 나간 뒤에야 안착했지만 세 개의 다리 가운데 하나는 제대로 혜성 표면을 딛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Q 어떤 장비가 있으며 임무는.
A 로제타와 파일리에는 과학 장비가 각각 11대, 10대가 탑재돼 있다. 이들을 이용해 혜성 표면과 그 성분, 또한 거기서 일어나는 활동을 분석하는 동시에 혜성 표면에 대한 정밀지도를 작성한다. 파일리는 혜성 표면을 드릴로 23㎝가량 뚫어 표면 밑에 있는 물질을 추출해 그 성분을 분석한다. 동시에 각종 과학 장비로 혜성에 포함된 각종 원소와 유기분자·먼지, 물 성분을 면밀하게 조사한다. 특히 수소 동위원소를 이용해 혜성의 물이 지구 바다의 그것과 비슷한지, 같은지를 확인하게 될 텐데 그로부터 지구의 바다가 혜성으로부터 유래했는지에 대한 해답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Q 추리는 어떤 혜성인가.
A 현재 목성에서 지구를 향해 다가오고 있다. 공전주기는 6년 반, 궤도에서 가장 먼 원지점 거리가 5.68AU(천문단위)로 지구에서 8억5000만㎞가량 된다. 목성 궤도 밖이다. 이 혜성에 대한 기본적인 물리량들은 알려져 있지만 아직 밝혀져야 할 것이 더 많다.

Q 혜성은 50억 년 전 탄생한 태양계와 그 5억 년 후에 태어난 지구 탄생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는데.
A 소행성과 혜성은 태양계 초기에 태어났으며, 지구 같은 행성을 만든 기본단위라고 생각된다. 추리와 같은 단주기 혜성은 해왕성 궤도 밖에 분포하는 카이퍼벨트라는 혜성의 고향에서 온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천문학자는 혜성이 오래전 지구와 충돌하며 물과 함께 생명체를 이루는 기본 물질인 아미노산과 같은 유기분자들을 지구에 전해준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혜성은 주로 태양계 외곽에서 만들어져 상대적으로 덜 오염됐고 태양계 초기의 상태를 잘 보존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Q 이번 탐사가 어떤 결과를 가져다줄 것으로 예상하나.
A 미 항공우주국(NASA)의 딥임팩트호는 2005년 7월 혜성 템펠1에 충돌체를 발사하는 실험을 했다. 이번에는 혜성에 착륙해 각종 실험을 수행하는 동시에 표면을 파서 물질을 추출하는 거니까 한 걸음 더 나아간 셈이다. 이번 기회에 로제타가 그 이름에 걸맞게 태양계는 물론 지구의 바다와 생명의 기원에 대한 새로운 실마리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현재 불안정한 상태로 착륙한 파일리가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받아 예정대로 임무를 마칠 수 있어야 한다.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