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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성 탐사로봇, 10년 기다렸는데…결국 배터리 때문에 '충격'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혜성 탐사로봇’. [사진 ESA 공식 트위터]

인류 최초의 혜성 탐사에 도전하고 있는 유럽 탐사로봇 ‘파일리(Philae)’가 어둠이라는 새로운 복병을 만났다. 착륙 목표에서 벗어난 음지에 착륙함으로써 태양전지판을 이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유럽우주국(ESA)의 장피에르 비브렝 박사는 13일(현지시간) “파일리가 착륙 과정에서 두 번 튕겨나간 뒤 목표지점에서 1㎞ 정도 떨어진 혜성의 경사면 그늘에 착륙했다”고 말했다.

12일 목성 주변의 혜성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이하 67P)에 도달한 파일리는 첫 번째 착륙 후 고정용 작살이 발사되지 않은 채 1㎞ 상공으로 튕겨나갔다. 다행히 표면에 도달했으나 한 차례 더 튕겼고 현 위치에서 멈췄다. 그 사이 혜성이 자전했기 때문이다. ESA 공식 트위터 파일리는 하루 이틀 정도 배터리로 가동하고 이후엔 태양에너지를 동력으로 삼도록 설계돼 있다. 최소 하루 6~7시간의 태양광이 필요하다. ESA는 “15일 배터리 수명이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예상치 못한 난관이다. 이에 따라 ESA는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우선 배터리 수명이 다할 때까지 혜성에서 수집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모을 수 있다. 아니면 재도약을 시도해 볼 수도 있다. 또 혜성엔 중력이 없어 조그만 충격에도 파일리가 자세를 바꿀 수 있는 만큼 파일리의 일부 장치를 가동할 수도 있다.

각각엔 위험부담이 따른다. 아무 것도 안 하기엔 배터리 수명이 너무 짧다. 도약했다가 자칫 우주로 튕겨나갈 수도, 제대로 착지를 못하고 뒤집힐 수도 있다. 또 다리가 암석 틈 사이에 박힌 상태여서 도약 자체가 안 될 수도 있다. ESA는 결국 13일 밤 상대적으로 위험부담이 덜한 ‘혜성 표면 및 지하 다목적 센서’(Mupus)부터 작동했다. 일종의 회전을 통해 좀더 큰 태양전지패널이 햇볕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시료 채취용 드릴 작업도 시작했다. 슈테판 울라메크 박사는 “배터리가 소진돼도 태양전지가 서서히라도 충전되는 만큼 충분한 수위에 도달했을 때 파일리가 다시 깨어나길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혜성 착륙을 위해 10년 8개월 10일을 기다려 왔던 ESA로서는 너무나 짧은 시간에 쫓기고 있다. 

한편 혜성 탐사로봇 필레를 탑제한 탐사선 로제타는 지난 12일 발사된 지 10년 8개월 만에 혜성에 착륙했다.

온라인 중앙일보
‘혜성 탐사로봇’. [사진 ESA 공식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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