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獨·러 "우린 왜 빼나"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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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미국이 프랑스.독일.러시아 등 '반전(反戰) 3국'을 철저히 배제한 이라크 평화유지안을 마련, 미국과 유럽이 새로운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지난 2일 이라크 전역을 3개 권역으로 분할해 미국.영국.폴란드 3개국 군이 각각 치안유지 활동을 벌이는 것을 골자로 한 '이라크 평화유지군 창설 구상'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미군(3만명)은 바그다드를 중심으로 이라크 중부, 영국군(3만명)은 바스라 등 동남부, 폴란드군(1천5백명)은 모술.키르쿠크 등 북부를 각각 관할하게 된다.

또 덴마크.네덜란드.이탈리아.스페인.우크라이나.불가리아 등 이라크 전쟁에 지지를 표명한 유럽 국가들도 평화유지군에 참여하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프랑스와 독일.러시아는 배제됐다.

미국은 이라크 평화유지군은 '자발적 참여의사'가 있는 동맹국들의 자유의사에 따라 동원되는 것으로 유엔의 승인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미국의 구상은 제프 훈 영국 국방장관이 지난달 30일 미국과 일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 등 16개국이 런던에서 개최한 '최초 참전동맹국 평화운영회의'에서 처음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과 프랑스는 3일 이라크 평화유지군 창설 구상을 마지못해 승인했으나 내부적으로는 자신들이 철저히 배제된 데 대해 강력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프랑스 외교관은 "그들(미국)은 우리(독일과 프랑스)를 전혀 의식치 않고 있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나 유럽연합(EU)은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유럽의 참여폭을 최대한 넓힌다는 현실주의 노선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에서 개최된 EU 외무장관 회담에서 순번제 의장국인 그리스의 게로르기 파판드레우 외무장관은 "미국의 구상은 EU를 분열시키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도 "이라크 평화유지군과 관련해 어떤 결정도 확정된 것은 아직 없다"며 "유럽의 공통된 외교안보정책 수립을 위해 불필요한 대립보다는 미국과 협력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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