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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핸 호텔방 잡지 않겠다” … 밀실 쪽지예산 원천봉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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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내년 예산안을 마지막으로 칼질할 국회 예산안조정소위(옛 계수조정소위)가 ‘구태와의 이별’을 선언했다.

 야당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이춘석(익산갑) 의원은 14일 “올해는 절대로 호텔방을 잡지 않겠다”고 말했다. 예산안조정소위 활동을 하면서 ‘쪽지 예산’을 편성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쪽지 예산은 정부 원안이나 상임위 예산안에는 빠져 있다가 마지막 과정인 예산안조정소위 심의에 불쑥 치고 들어오는 민원성 예산을 뜻한다. 주로 ‘실세’ 의원들의 지역 민원 예산이어서 해마다 비판의 대상이 돼 왔다.

최근엔 SNS의 발달로 쪽지 대신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나 카톡 메시지로 민원을 전달하는 경우가 많아 ‘카톡 예산’이라고도 한다.

 쪽지 예산이 떳떳하지 못하다 보니 소위 위원들에게 비밀리에 전달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언론이나 예산 관계자들의 눈에 띄지 않는 국회 내 밀실이나 시내 호텔방에서 마지막 조정이 이뤄져 왔다. 이 의원이 호텔방을 잡지 않겠다고 한 건 바로 이런 악습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예결위와 예산안조정소위 새누리당 간사인 이학재(인천 서-강화갑) 의원도 “이완구 원내대표가 ‘쪽지 예산이 없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몸으로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3일 예결위는 여당 8명, 야당 7명 등 총 15명으로 소위를 구성키로 의결했다. 새정치연합은 이춘석, 김현미(고양일산서), 민병두(서울동대문을), 박완주(천안을), 송호창(과천-의왕), 황주홍(장흥-강진-영암), 강창일(제주갑) 의원을 확정했다. 지역 안배를 했다.

새누리당은 예결위원장인 홍문표(홍성-예산) 의원을 비롯해 이학재, 김도읍(부산 북-강서을), 김희국(대구 중-남), 윤영석(양산), 이한성(문경-예천), 이현재(하남) 의원 등 7명이 결정됐고 마지막 1명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 당초 호남의 이정현(순천-곡성) 의원이 포함됐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서울과 강원 지역 의원들이 반발해 결정이 미뤄졌다. 소위 위원들은 하나같이 “공정한 심사를 하겠다”며 “무엇보다 예산안 법정시한(12월 2일)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말했다.

김도읍 의원은 “결산소위 위원으로 활동해 예산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지역 균형예산과 법정시한 준수 두 가지 목표를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 이춘석 간사는 “쪽지 예산, 호텔예산, 예산심사 직후 해외여행 등 세 가지는 이번에 없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새정치연합은 무상복지 예산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박완주 의원은 “4자방(4대 강·자원외교·방산사업 비리) 관련 예산 1조원을 포함해 불필요한 5조원을 삭감해 무상복지 예산으로 확보하겠다”고 주장했다.

 올해 소위 첫 회의는 일요일인 16일 오후 열린다. 이학재 새누리당 간사는 “시간이 촉박해 한나절이라도 시간을 벌어 보자는 생각에 일요일에 회의를 열기로 했다”고 말했다. 예결위는 소위가 심사한 예산안을 30일 전체회의에서 의결해 본회의로 넘긴다는 시간표를 마련해 놓고 있다.

이가영·이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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