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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도 시청률을 예상하지 못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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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 이른 아침 방송사 풍경은 하나의 깨알같은 숫자가 씌여진 종이로 시작된다. 그종이에 기자, PD, 그리고 작가들의 얼굴표정이 달라진다. 어떤 이는 화장실에 가 한숨을 쉬고, 어떤 이는 얼굴에 만면에 웃음을 짓는다. 시청률표다. 매분 시청률까지 자세하게 나오는 시청률표에 자유스러운 사람은 방송사에선 단 한사람도 없다. MBC ‘내이름은 김삼순’의 22일 종방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재미있는 장면이 연출됐다. ‘내이름은 김삼순’의 네 주인공 김선아, 현빈, 정려원, 다니엘 헤니가 지난 5월 26일 서울 프라자 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때 승리를 다짐하는 V자를 그렸다. 하지만 그 V자는 잘 하자는 뜻에서 그렸다. 이 네사람은 아무도 시청률 50%대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울 것이라는 생각을 못했다. 하지만 22일 또 한번 같은 장소에서 이 네사람의 주역은 제작발표회때 보였던 V자를 또 한번 그렸다. 하지만 이렇게 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드라마를 비롯한 프로그램은 문화 상품의 내재적 특성 때문에 수요가 불안정하다. 즉 소비(시청, 관람)해야만 질을 알수 있는 경험재이고 한번 소비하면 소비를 하지 않는 비반복재이며, 돈이나 시간이 없으면 보지 않는 사치재적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어 제작진은 수요 안정화 전략을 구사하게 된다. 제작진이 구사하는 수요 안정화 전략은 일정한 팬을 보유하고 있는 스타 연기자와 스타감독, 스타 작가 기용, 기존의 성공했던 프로그램의 속성 혼합, 속편 전략, 인기있는 장르 배치 등 다양한 전략을 구사한다. 방송사에선 수요화 안정화 전략 중 가장 많이 구사하는 것이 스타들의 기용이다. 하지만 이것도 시청률을 보장하지 못한다. 올들어 스타를 기용하고도 프로그램 시청률이 바닥권을 기록한 드라마나 프로그램들이 많다. 이효리, 강타 등 스타들이 투입된 드라마들이 시청률 한자리수를 기록했고 이경규, 김용만, 신동엽, 남희석, 유재석 등 한국에서 간판 스타 MC들을 내세운 MBC 오락 프로그램이 자신만만하게 시작을 했으나 시청자의 외면을 받고 있다. 스타가 흥행(시청률)에 절대 변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요즘 탄탄한 대본으로 완성도 높은 연출로 스타없이 작품성으로 승부하는 드라마들이 성공을 거듭 하고 있다. 인간의 가슴을 울리는 다큐멘터리도 오락 프로그램과 맞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채널의 급증으로 시청률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작진은 스타만을 기용해 손쉽게 시청률을 올리려는 경향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드라마를 비롯한 각종 프로그램들이 완성도로 승부를 걸어야한다. 시청자들의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단순히 스타만 나온다고 채널을 돌리지는 않는다. 시청률은 귀신도 예상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이럴때일수록 프로그램의 질로 정면 승부하는 제작진의 자세가 필요하다. [5월 26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와 22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종방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V자를 그린 '내이름은 김삼순'의 주연들. 사진=마이데일리 사진DB]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 기사제공: 마이데일리(http://ww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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