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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의 침투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북괴의 간첩침투 루트가 날로 교묘해지고 있다. 1일 안기부가 발표한 3명의 간첩들은 검거되기까지 조국의 품에 귀순한 것처럼 위장했거나 조국에서 영주하려고 귀국한 재일교포처럼 가장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미 거대한 「수용소군도」로 전세계에 악명을 떨치고 있는 북한을 탈출, 자유조국의 품에 안긴 귀순자는 항상 우리의 따뜻한 환영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북괴는 바로 이 점을 노려 귀순을 위장한 간첩을 침투시킴으로써 우리의 경계심을 해이시키고 자유로운 비밀탐지활동을 보강하려한 것이다.
이들 3명의 행각을 보면 한 간첩은 파독 광부로 있다가 북괴공작원에 포섭돼 평양에서 밀봉교육을 받은 뒤 터키주재 우리 나라 공관에 위장 귀순하여 국내에 들어왔다.
또 다른 간첩은 서독 유학시험에 합격, 출국한 뒤 스웨덴의 북괴 공작원에 포섭돼 지령을 받은 후 스웨덴 대사관에, 위장 귀순하여 역시 국내에 들어왔다.
또 한 간첩은 일본에 밀항, 북괴의 재일 공작 지도 원으로부터 지령을 받은 뒤, 국내에서 살려는 재일 교포로 위장 귀국하여 무역회사간부라는 안전한 신분아래 암약해왔다.
결국 이들 3명의 침투수법은 북괴의 간첩침투방식이 날로 다양해지고 더욱 지능적이 돼가고 있음을 용변해준다.
귀순자라고 무조건 따뜻이 환영하던 마음이 멈칫하는 당혹스러운 입장이기도 하다.
이수근의 「용감한 월남」이 정말은 위장귀순이었다는 사실이 한참 후에 밝혀진 것처럼 이들의 귀순도 그것이 「양의 탈을 쓴 늑대」의 행동임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에야 밝혀졌다. 귀순의 진부를 가리기가 그 만큼 힘들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순수한 동기에서 귀순한 인사들을 의심하는 것도 도리가 아닌 즉 우선은 수사기관의 분별에 기대해보는 수밖에 별다른 방도가 없다. 정밀한 조사와 판단으로 귀순의 진위를 가려야 한다.
보다 중요한 일은 국민의 대공 경각심을 높이는 일이다. 이들은 활발한 간첩활동 보다도 안전한 장기매복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으므로 사회 각분야에서 보안업무에 보다 주의해야 한다.
아울러 일상생활에서 쓸데없는 불평, 불만으로 선량한 동류시민인 것처럼 가장한 이들에게 국가기밀이나 산업체의 고급정보를 누설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국민의 불만을 해소하는 화합의 정치 깨끗한 사회의 건설이 간첩이 발을 못 붙이게 하는 근본대책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스웨덴에 위장 귀순한 간첩의 경우만 보더라도 아버지가 대구폭동에 관련돼 투옥된 사실때문에 늘 불우한 환경을 탓하는 가운데 공산주의 사상에 물들게 됐다.
진작 우리 사회가 이들에게 따뜻한 관용의 정신을 베풀었던들 오늘 같은 2대에 걸친 불행은 예방되지 않았을까.
어쨌든 이 달부터 해외여행도 자유화되니 우리들의 정신무장은 한층 공고화 돼야 한다. 북괴는 해외거점을 이용한 간첩포섭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 최근 그들의 추세다. 외국의 문물을 익히려는 해외여행 자유화가 뜻밖에 이들의 마수에 이용되는 것처럼 바람직스럽지 못한 일도 없다.
결국 자유인의 성숙한 정신자세만이 이들의 흉계를 예방하는 힘이 될 것이다. 북괴의 노선이 당분간 바뀔 것 같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들의 이성적 판단이, 국내에서건 해외에서건 이들의 접근을 막는 길이다. 당국도 자유와 민주에 대한 국민들의 염원이 왜곡되지 않도록 유도하는 한편보다 세련된 간첩의 침투에 신중하게 대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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