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살리는 것도 좋지만 가계도 생각해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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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우리나라 경제는 항상 경제성장, 수출실적 등으로 기업위주의 경제정책을 써왔고 기업은 금융 또는 세제혜택 등으로 성장해왔으므로 국가에 크게 힘을 입고있다.
소비자인 우리들은 항상 정부의 일방적인 조치에만 따라왔지 한번도 우리의 주장이나 의사표시를 해본 적이 없었다.
경기부양책으로만 그간 몇차례의 금리인하를 해온 데 이어 이번에는 「경제활성화대책」으로 대폭적인 금리인하조치가 취해졌다.
기업의 자금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법인세율이 36%에서 20%로 대폭 내린 데 이어 대출금리가 10%선으로 인하된 것이다. 그러고 보면 약 1년내외에 10%이상의 금리인하 결과가 되었다.
물론 기업의 취약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원가절감을 통해 경제력이 강화되면 고용이 늘어나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취업률이 올라가 부의 분배가 더욱 확산되고 또 세율인하로 생산제품의 원가가 낮아지면 따라서 물가도 내려가게 된다는 논리대로라면 소비자인 우리에게도 언젠가는 혜택이 올 것이라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나 매일같이 쓰고있는 소비재물가는 여전히 소폭이나마 인상요인을 안고있는데 그것은 공공요금과 다름이 없는 철도·연탄·담뱃값 등이 오르므로도 자극을 받고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물가가 4%밖에 안 올랐고 예금금리는 8%가 되면 실질금리는 보장된다는 정부의 이론은 그럴듯하지만 실제로 가계운영에서 피부로 느끼기에는 거리감이 없지 않다.
최근 생산제품이 안 팔리고 재고가 쌓여 기업이 밑지면서도 팔아치우고 있는 덤핑경제상태를 정상으로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금리인하가 기업의 자금부담을 덜어준다는 데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호주머니돈 사정이 나아질 것이 없는 소비자인 우리에게는 어떤 혜택도 주지 못한다.
금리가 내린 만큼 물가가 싸지거나 갑근세·교육세·방위세·재산세·개인소득세 등의 부가와 교육비부담·교통비·문화비등의 경감조치가 없는 한 가계부담에는 오히려 예금금리가 내림으로써 마이너스가 될 소지가 크다.
모든 가정에서 주택마련은 물론 재산증식방법을 은행저축에 의지하는 알뜰가정이 상당수가 된다는 것을 감안할 때 저축금리인하는 소비자의 저축의욕을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은행으로 가야할 유휴자금이 은행금리에 매력을 잃고 부동산투기에 쏠리게 될 경우 서민들의 내집 마련의 꿈은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내집 마련의 꿈만큼이나 이제 소비자인 국민이 적든 많든 수입의 일부로 은행저축을 생활화해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저축금리인하는 크게 국민의 저축심리 위축현상을 가져오지 않을까 우려된다.
거기에다 저축자의 심리적 동요까지 가중되었을 때 불안요소마저 초래하기 쉽다.
공급이 수요를 못 따르면 물가가 상승하듯 대출금리가 인하되지 않았을 때도 대출수요는 항상 공급을 초과했던 상황속에서 이번 조치로 인한 대출수요를 저축예금이 뒷받침해줄 수 있을는지 심히 걱정된다.
또 공금리와 사금리의 격차가 벌어지면 은행대출수요는 더욱 문이 좁아질 것이고 대출이 힘들어질 때 사채시장의 음성화는 더욱 소비자물가를 자극시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기업을 살리는 것도 좋지만 가계에 미치는 영향이 어떤 것인가를 여러 각도로 깊이 고려함으로써 소비자인 국민의 가정생활이 절대 안정되는 길을 모색해주어야 하겠다.
가정생활의 절대안정은 물가의 안정에 있기 때문에 정부는 기업과 가계를 동시에 살찌게 할 수 있는 후속조치를 강구해 줄 것을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김천주

<약력> ▲33년 평북정주 생 ▲53년 경기여고 졸업 ▲56년 이대사회사업과 졸업 ▲56년부터 서울시청 근무 ▲61년 주부클럽연합회 총무 ▲현 주부클럽연합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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