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시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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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의약분업 실시를 둘러싼 의약계의 분쟁은 문제가 표면화 된 후 여러 차례 절충에도 불구하고 아직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있다.
28일 보사부장관실에서의 절충모임에서도 양쪽주장은 팽팽히 맞선 채 아무런 의견접근을 보지 못했다.
의사들은 처방전 발행을 의사들의 임의에 맡겨야지 강제성을 띠면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고, 한때 전국적인 약국휴업이란 실력행사를 결의했던 약사회 측은 처방전발행이 강제성이 없으면 분업의 실효성이 없으므로 어떤 일이 있어도 강제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의료혜택이 모든 국민에게 고루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는 국민 개보험이 이룩되어야하고 질이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도록 하기 위해서 의약분업이 되어야한다는 원칙에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이른바 복지국가의 성취가 몸이 아프거나 다쳤을 때 값이 싸면서도 양질의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보장이 되는 일에서 출발함은 긴 설명이 필요 없다. 구미선진국의 모델은 바로 이런 것으로, 이들 나라에서는 오래 전에 의약의 완전분업이 실시되고있다.
우리 나라 역시 언젠가는 의약의 완전분업이 이룩되기는 해야겠지만 거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만만할 것 같지가 않다.
이번 의약분쟁처럼 생업에 관계되는 분쟁이란 본시 꾸준한 설득과 대화로 풀어야지 물리적으로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 약사들의 최종수단인 「약국휴업」이 일단 수습되기는 했으나 협상이 제대로 안될 경우 언제고 재연될 소지가 남아있다.
보사부는 지난해 의약분업실시를 위한 시범지역으로 홍천 등 3개 지역에서 1차 적 시험을 했으나 결과는 실패했다. 홍천·군성 에서는 처방전발행이 48건이었으나 옥천 에서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목포 등 3개 지역에서 2차 적인 시험을 하려한 것은 1차 시험이 지역 선정에서부터 잘못되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읍 소재지인 홍천 이래야 병 의원의 수는 몇 개에 불과하고 여기서 아무리 성실하게 처방전을 발행해도 약국이 만족할 수준일수는 없으며, 더욱이 옥구는 바로 이웃에 군산이 있어 굳이 시골의사에 의존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실패의 원인을 잘 납득시켜 합리적으로 목포 등지에서의 2차 시험에 착수했더라면 약사들의 반발은 야기되지 않았다고 본다.
아무리 정책의 목표가 뚜렷하고 명분이 있다해도 고압적으로 강행하려드는데서 문제는 더욱 어렵고 복잡하게 된다는 것을 이번 분쟁에서 다시금 느끼게된다.
보사부의 우유부단한 행정으로 당장 피해는 국민에게 몰아가는 것이 문제다. 앞으로 분쟁이 원만히 해결된다면, 몰라도 협상이 벽에 부닥쳐 약국 「파업」현상이 재연되는 경우 국민들이 느끼는 불편은 어찌할 것인가.
우리들은 그 동안의 의료보험제실시의 경험으로 의업과 약업을 분리하고 체계화해야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병 의원의 과잉투약, 약값의 과잉징수 등을 막고 한편 무질서한 매약 행위로 인한 약화를 미연에 방지한다는 점에서 의약분업은 꼭 되어야 한다.
의약분업이 완전하게 되어있는 서구의 경우 전체 의료비중 약제 비의 비중은 8∼17%인데 비해 우리 나라는 35·8%나 된다. 우리 나라의 의약분규가심각한 양상을 띠고있는 것은 양쪽이 무엇이라 명분과 구실을 붙이건 막대한 약제 비를 둘러싼 업권 다툼이란 인상을 준다.
의약 업은 국민의 생명을 다루기 때문에 서로의 업권 만을 내세워 국민보건을 도외시하는 다툼은 하루속히 수습되어야겠다. 표면상 의약의 완전분업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되어있는 일본이 실제로 완전분업에까지 이르기에는 아직 요원한 현실을 보아도 의약분업이란 간단히 이룩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협상이 다 그렇듯이 의약분쟁도 양쪽이 서로의 입장을 이해, 한발씩 양보하고 보사부가 합리적이고 일관성 있는 정책방향을 제시해서 국민생활에 당장 불편을 주는 분쟁이 하루속히 해결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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