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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창 영호남…목이 탄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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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영·호남 곡창에 애타게 기다리는 빗방울은 한달새 소식이 없고 뙤약볕만 논바닥을 거북등처럼 갈라놓고 있다. 아직 모내기를 하지못한 천수답이 4만2천정보(전체의 3%)나 되고 모를 심은 수리답도 물줄기가 말라 모가 말라들고 있다. 전국 가뭄피해면적은 총 1만7천7백92정보(27일 현재 한해대책본부 집계)로 1주일전인 21일의 8천6백3정보보다 2배이상(9천l백89정보 증가) 늘었다. 물길이 끊인 논만도 1만4천4백77정보나 되고 2천9백70정보에 물줄기가 말라붙었으며 3백45정보는 거북등처럼 논바닥이 갈라졌다. 이같은 한해는 올 들어 강우량이 예년의 절반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며 전국저수지 1만5천6백49곳 중 43%인 6천6백51곳의 물이 바닥나 금주 안에 비가 오지 않을 경우 한해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심해질 전망이다. <임시취재반>
[전남]
영산강에 불야성을 이룬 횃불양수. 실오라기만한 영산강상류에서 거미줄처럼 뻗친 호스로 밤낮없이 양수기들의 물 뿜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영암 가장 심해>
서남해 연안인 신안·영암·해남·완도지방 2천6백72정보의 논이 타 들어가고 있다.
곡창 호남벌의 강우량도 예년(3백66·9㎜)보다 23%가 모자라는 2백82㎜.
전남에서 한해가 가장 심한 영암군 서호면의 양죽정씨(40)는 지난24일 밤을 새워 양수, 1천평의 논에 모내기를 겨우 마쳤다면서 이앙 이후의 뒷물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영산호의 물줄기를 이용, 양수작업을 펴고있는 마을은 망호리 등 7개 마을.
주민은 2백여가구 1천여명. 27일 현재 모내기 실적은 78%.
영암군 영암읍 학송마을 최성렬씨(62)는 해발 50m의 높은 곳에 파놓은 관정을 이용, 12명의 인부를 동원해 6천평의 천수답 중 25일 현재 겨우 2천평의 논에 모내기를 했을 뿐이라고 걱정했다.
박재환씨(54)는 못자리가 타 죽어가고 있어 매일 가족 4명이 물지게를 이용, 물을 퍼 못자리를 보호하고 있다고 했다.
한해가 극심한 해남군 황산면 한자리마을은 수원이 고갈, 뿌연 먼지만 논이랑에서 일고있다.
모내기 계획면적 1백29·1㏊중 25일 현재 4%에 불과한 4·9㏊밖에 모내기를 못했다.
한자리 권용환씨(55)는 지난해 만들어 놓았던 웅덩이를 이용, 1천평의 논에 모내기를 마쳤으나 6월말까지 비가 오지 않을 경우 심어놓은 벼도 포기해야할 형편이라고 했다.

<전주 격일급수>
[전북]
전북지방도 저수지와 하천이 대부분 바닥을 드러냈으며 장수·남원 등 l천8백92정보의 논에 심은 모가 말라 시들고있다.
특히 1모작 논 1백31정보, 2모작 1백5정보 등 2백56정보에 물결이 끊겼고 2·2정보의 논바닥이 갈라졌다.
식수난도 심해 전주시는 지난 15일부터 격일제 급수를 하고있다.

<우물마저 말라>
[경북]
전국에서 가장 심한 가뭄을 겪고있는 경북지방은 전체저수지의 10%이상이 바닥을 드러냈고 5천8백여정보의 논에 심은 모가 물길이 끊어져 말라 시들고있다.
특히 한해가 심한 금능군은 2백29개 저수지가 모두 바닥을 드러냈으며 영덕·영일·안동·예천·의성·선산·월성군 등 8개 군은 2∼3일내 비가 오지 않을 경우 농사를 망치지 않을까 걱정이다.
금능군 남면 오봉리는 마을전체의 논밭이 마른 데다 우물마저 바닥나 1백40여가구 주민들이 관정에서 물을 걸어다 생활용수로 쓰고있다.
칠곡군 약목면 무림리·남계리 일대는 수리안전답인데도 남계저수지(시설용량 28만t)가 바닥나 논 1백72정보가운데 고지대는 이미 물길이 끊겼다.
장점룡씨(70·남계1리)는 『2천평의 논에 가까스로 모내기를 했으나 지난 10일부터 논바닥이 말라버려 시간당 2천원씩 주고 물을 대다보니 하루 물값이 3만원을 웃돌아 추수를 해봤자 영농비도 건지지 못하게 됐다』며 한숨지었다.
가뭄은 북쪽내륙으로 갈수록 심한 편. 의성군 단촌면 후평리 백성기씨(32)는 마치 사막에서 모랫바람을 일으키듯 경운기로 제초작업을 하면서 2∼3일 안으로 비가 오지 않을 경우 경북내륙지방 농사는 끝장난 것과 다름없다고 걱정했다.
경북 강유량은 1백85·3㎜로 예년 4백28·9㎜의 절반도 안 되는 43%선.

<대도시 식수난>
[경남]
서부 경남내륙 거창·합천·함양·창령군의 가뭄이 심해 2백8정보에 심은 모가 타 들어가고 있다.
강우량은 예년(6백30·7㎜)의 절반선을 밑도는 3백56㎜.
경남은 수리답이 많아 한해가 비교적 심하지 않은 편이나 금주 안으로 1백㎜이상의 비가 내리지 않을 경우 평년작을 기대할 수 없는 실정.
특히 식수난이 심해 부산을 비롯, 마산·울산 등 43개 상수도공급지역에 제한급수를 하고있으며 충무·삼천포일대 낙도의 식수난을 해결키 위해 행정선을 동원, 하루 20t의 식수를 공급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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