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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각의 독립성"이 주목거리 「김 내각의 등장」을 말한다 취재기자 방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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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추가개각의 실현으로 시국은 다시 새 국면으로 접어드는 듯하다. 속히 김상협 내각의 등장은 그가 지닌 무게나 인품, 그에 걸린 중망 등으로 보아 정치적 의미가 크고 국민의 기대와 관심도 높다는 점에서 뭔가 새로운 분위기의 전개도 예상되는 일이다. 김 내각 출범전후의 사정과 앞으로의 정국을 정치부기자들의 방담으로 알아본다.

<참석자>
▲ 김옥조
(정치부장 대 우)
▲고흥길
(정치부 기자 )
▲전육
(정치부 기자)
▲이수근
(정치부 기자)
▲문창극
(정치부 기자)

<김 총리 영입 큰 수확>
-이번 개각은 거액어음사건에 대한 문책뿐 아니라 총리를 포함시킴으로써 정부의 면목을 일신했다는데 뜻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김상협 내각」의 등장이라는데 정치적 의의가 크죠.
-과거 10 수년동안 정치적인 변동이 있을 때마다 재상 감으로 늘 오르내린 인물이기 때문에 그의 영입 성공은 제5 공화국의 하나의 수확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과거 야당의 대통령후보로도 거론된 바 있는 분이고 민정당 창당 때는 대표위원으로도 물망에 올랐었죠.
-민정당의 한 고위당국자는『당대에 가장 훌륭한 분을 골랐다』고까지 말하면서『5, 6일 전부터 당론을 모았다고 은근히 민정당 에서도 많이 밀었다는 뜻을 비치더군요.
-이미지가 좋은 것은 틀림없는데 정치나 행정능력은 어떨까요.
-5·16 혁명직후 군정 때(62년)잠시 문교장관을 지낸 것 이의에는 관직에 있은 적이 없고 입법의원 때는 발언이 전무하다시피 했기 때문에 무어라 말하기 힘들군요.
-현재 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그의 인간적인 비중으로 보아「실무」니 「얼굴」이니 하는데 안주하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또 그의 특유의 이미지에서 오는 기대도 크고요.
-김 총리의 등장이 갖는 정치적 함축가운데 재야라고 통칭되는 정치권과도 넓은 공감대를 갖고 있는 점을 크게 사고싶군요.

<호남총리 첫 케이스>
-최초의 호남출신 국무총리라는 점, 많은 사람에 인품이 알려져 있는 점 같은 것도 국민화합과 여론의 수렴, 반론의 연화 등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거인의 등장으로 내각의 독립성유지에도 전기가 될지도 모르죠 그것이 위의 바람이기도 하고요 .어려운 때일수록 내각이 책임을 갖고 능동적·적극적으로 뛰어줘야 한다는 것이 이번 개각에 총리가 포함된 상황적 배경이 돼있습니다.
-지금까지 총리와 부총리가 모두 경제 전문가였기 때문에 능력이나 기준이 중복된 감이 있었는데 앞으로는 대통령과 국정전반과 특히 외교·국방을, 총리는 서정일반, 부총리는 경제에 주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까 하는 예감도 나오고 있던데요.
-이번 개각이 지난번 청와대회담의 첫 후속 조치였다는 점도 정치적 의의가 있습니다.
-민한당도 이번 김 총리의 기용에 대해 「세상에 널리 알려져 있는 사람을 많이 써달라고 한 자당의 건의를 상기시키더군요.
-정치 규제 자 해금 등에 대해서도 재야에서는 전향적인 기대를 하는 모양입니다.
-개각은 제5공화국 출범 후11번째, 올 들어서 만도 6번째입니다. 국정의 안정이라는 점에서도 잦은 개각은 바람직한 것이 못되죠.
-자원과 에너지라는 막중한 행정기능을 담당하고있는 동자부는 78년1월 발족 후 무려 5번이나 바뀌어 평균수명 8개월 남짓의 단명부처가 됐습니다
문교 장관·과기처 장관들 제외하고는 전 국무위원이 지난1월 이후에 임명된 사람들입니다. 따라서 김 내각은 경력만 가지고 따지면 새로 조각 한 거나 마찬가지라는 견해도 있습니다.
-경제부처의 중책이라고 하는 재무부장관에 차관이 바로 승진한 것은 60년대 이후로는 처음 있는 일이 라더군요.

<정 법무 최 단명 기록>
-정치근 전 법무와 서상철 전 건설차관은 최근에 보기 드문 1개월 3일의 단명기록을 세웠죠.
-부처는 다르지만 이번 개각의 강경식 재무·서상철 동자, 지난번 개각의 김동휘 상공장관 등 최근에 차관승진 케이스가 많아졌습니다. 직업공무원 들에게는 고무적 일겁니다.
-이번 개각과정에서 총리 하마 평은 매우 구체적으로 나왔어요. 김상협 씨가 처음부터 거 론 됐고 민정당의 L씨, S전 총리, 행정부의 부총리 급인 L씨, C대사, K전 대사 등이 손 꼽 혔거던요.
김 총리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본인이 동요하지 않을까고 추측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여야 청와대회담이 구성된 지난 6월초에 이미 총리를 바꾸자는 구상이 있었던 것 같아요.
총리물색 시간 걸려
-그렇지요. 그리고 「6·16」회담 때 명쾌하게 추가인책을 하겠다고 했을 때는 이미 총리경질을 결심한 후라고나 할까요.
-그런데 결심한 개각을 왜 오래 끌었느냐는 의문도 나올 수 있는데 그것은 새 총리 감을 찾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서란 얘기도 있고 유전 총리가 별안간 사우디아라비아를 가게됐기 때문이란 말도 있어요.
-대통령주변에서나 민정당 에서는 국경을 책임지고 해나갈 적극적인 인물을 새 총리 상으로 늘 말했지요. 어려울 때 발벗고 나서서 흙탕물이 최고위선까지 올라가지 않도록 막아줄 인물을 아쉬워했어요.
-유 총리가 물러나게 된 데는 본인이 건강상의 이유로 몇 차례 간곡히 사의를 표한 것도 작용했다는 얘기가 있던데.
-총리실 주변에서는 개각 얼마 전 까지도 유 총리가 바뀌지 않으리라 믿었어요. 그래서 이번 개각만 끝나면 밖에서 요구하듯 명실상부하게 총리직을 수행할 준비까지도 했어요. 총리주변에서는 헌법· 정부조직법 등을 들춰가며 총리에게 주어진 권한이 무엇이냐를 정리해 놓고 법이 허용하는 한의 권한을 최대한으로 활용한다는 분위기도 있었죠.
-이번 개각인선과정에는 사람에 관한 많은 자료가 올라갔던 것 같아요. .어느 장관 하면 할만한 많은 인물을 거의 망라해 보고한 모양입니다.
-민정당 쪽 의견도 많이 반영됐다고 봐야지요. 개각에는 총리가 포함되어야 한다는 당의 다수의원의 의견이 전달된 것은 확실합니다.

<민정간부 미리 알아>
-민정당 고위간부들은 이미 김 총리의 내정을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권익현 사무총장이 24일 전주에서 각료 중에 전북출신이 없다는 현지 기자들 말에「곧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지요. 동자부장관이 의외로 경질 된 데는 이규광 전 광업진흥공사 사장 건에 대한 책임이라고 해요. 「5·21」개각 전후에도 사표를 냈는데 유 총리가 두둔했다 더군요.
-정치근 법무장관은 1개월 장관으로 60년대 이후 최단재임을 기록했지요.
재야 원로들이 이·장 사건 수사책임자인 정 장관을 검찰총장에서 승진시킨 것은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란 지적을 했다는 얘기입니다. 대통령이 결정을 번복하는 어려운 결심을 한 셈이죠.
-김준성 부총리가 제외된 것은 직접 주무장관이 아니라는 판단과 실물경제의 기조는 크게 손상시키지 않는다는 의도라고 보는 견해가 많아요.
-야당 쪽에서는 부총리가 이번엔 경질이 안되었지만 오래가진 않을 것으로 믿고 있어요.
-그러나 새로 기용된 재무·동자장관은 「실물경제」성향 이라기보다는「이론경제」 성향이라 실물 경제 팀의 기초가 약해졌다는 평도 있습니다.
-김 부총리는 당초 대한국제경제협의체 (IECOK) 회의에 참석키 위해 25일 출국할 예정이었으나 이렇게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경제 팀 총수가 며칠씩 자리를 비위서는 안 된다는 주위의 충고가 있었다 더군요.
-김 총리를 모셔오는데 힘들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총리교섭이 있자, 김 총리가 총리로서 일 할 수 있는 여건이 필요하다고 해서 결정이 늦어졌다는 소문입니다.

<정당 쪽의 평도 좋아>
-이번 개각에 대해서는 정당 쪽의 평도 좋은 편입니다.
-특히 김 총장의 총리기용에 대해선 다들 좋은 평이죠.
-김종철 국민당 총재는 한마디로 개각요구에 대한「진지한 반응」이라고 하더군요.·
-이태구 민한당 부총재는 김 총리임명에 대해서는 매우 잘된 것이라고 하면서도 해임 안을 냈던 부총리의 유임은 유감이라고 논평했어요.
-말로는「미흡」이라고 하지만 사실 내심으로는 야당도 그만하면 됐다는 생각인 것 같아요.
-일단개각이 끝났으니 이제는 이른바 「민주화개혁」에 대한 진전에 기대를 거는 것 같더군요.
-벌써 야당과 재야일각에서는 개각이 됐으니 다음 후속조치는 정치활동과 규제 자 해금이 아니겠느냐고 관심을 쏟고있어요.
-일단 개각이 끝났으니 3당대표 회담도 곧 열리겠지요.
-이재형 민정당대표위원도 개각만 끝나면 유 민한 총재든 자기든 연락을 취해 만나겠다고 했으니 늦어도 내주에는 열릴 것 같습니다.
-그럼 이제부터 민주화논쟁의 개화기가 온다고 보는 건가요.
-그것은 어디까지나 야당의 기대이고 희망이지 현실은 좀 어려울 것 같아요.
-정치발전을 위한 후속조치는 결국 김 내각이 맡아야 하는데 역시 시간이 좀 필요하다고 봐야겠죠.

<후속조치 시간 필요>
-김 국민총재도 시간을 줘야한다고 하더군요. 민심수습과 경기회복은 단계적으로 해야지 일시에 해결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얘기를 해요.
-민한당 쪽 공기는 조금 달라요. 인책은 야당의 요구가 아니더라도 민심수습의 차원에서 정부가 안 할래야 안 할 수 없는 당연한 조치라는 거죠. 따라서 정치발전문제는 이제부터 본격적인 논의가 있어야 한다는 태도예요.
-김 총리서리가 전통야당의 뿌리에 속하는 인촌 김성수 선생의 조카요, 호남명문가의 출신이란 점, 민한당에 많이 남아있는 구 이철승 계와의 오랜 친분, 오랜 세월 총장을 맡은 고대인맥 등을 생각하면 그의 정치기반이라 할까, 인간적인 기반은 매우 넓고 깊어요 .따라서 김 내각의 대야, 대 재야관계는 과거에 비해 상당히 좋아질 요소가 많아요.
-언론·재계 쪽에도 김 총리의 인맥은 많지요.
-개각이 됐으니 그 동안 미뤄졌던 당정협의회도 곧 한번 열릴 것 같습니다.
-그 동안 민정당 측에서는 인책대상 인물들과 무슨 얘기를 하겠느냐는 생각이 사실 있었고 그 때문에 당정협의회도 열지 않았던 겁니다.
-당정협조도 활발해지고 3당 대표회담도 열리면 앞으로 정치권도 활기를 띠게 되겠군요.

<당정협조 크게 기대>
-민한당이 민주제도개선 소위를 곧 구성할 것이고 정부측도 다각적으로 민심수습과 사회안정책을 검토하고 있으니 뭔가 구체적인 움직임이 보일 것 같아요.
-민정당 정책연구소 사무실에 들렀더니 지방자치제에 대한 관계법률을 복사한 것이 눈에 띄더군요.
-김 총리서리가 의회 민주주의자인데다 평소 진보적 요소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신 보수주의적인」 견해를 피력해 왔다는 점에서 정치발전을 기대하는 사람도 있어요.
-김 총리서리의 「서리」꼬리를 떼는 목적만으로는 임시국회를 소집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5공화국 출범이후 10여 차례나 되는 개각이 있었지만 국민들이 거는 기대는 과거 어느 때 보다도 큰 것만은 사실 인 것 같아요.
-분위기가 확실히 다르지요. 어디 지켜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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