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 "내년 시즌 잘 보내 ML 도전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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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꿈을 갖고 있다."

일본시리즈를 마치고 지난 3일 귀국한 오승환(32·한신)이 13일 서울 소공동 더 플라자 다이아몬드홀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가졌다.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마무리 투수 오승환은 지난 해 말 일본 한신 타이거스와 2년간 총 9억엔(약 93억7천만원)에 계약을 맺고, 첫 시즌을 보냈다.
오승환은 "많은 팬들의 응원 덕택에 부상없이 첫 시즌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는 감사 인사로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오승환은 첫 시즌은 성공적이었다.

올 시즌 64경기에 나와 66과 3분의2이닝을 던져 2승 4패 39세이브 평균자책점 1.76을 기록했다. 센트럴리그 구원왕 타이틀도 손에 넣어다. 포스트시즌에서의 활약은 더 인상적이었다. 요미우리와의 클라이맥스 시리즈 파이널스테이지에선 4경기에 모두 나와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오승환은 "생활, 음식, 문화가 생소했고, 모든 것이 다 처음이었다. 그래도 동료 선수들과 팀 관계자들이 배려를 해준 덕택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며 "힘들 거라는 생각이 있었지만, 그걸 몸으로 붙어서 이겨냈고, 좋은 성적으로 이어졌다. 제 스스로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도전의 끝은 여기가 아니다. 메이저리그 진출이라는 더 큰 꿈을 갖고 있다"며 "내년까지 한신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린 뒤 좋은 소식 들려드리겠다"고 말했다.

오승환이 일본 진출을 선언했을 때 많은 야구 전문가들은 성공 가능성을 높이 사면서도 직구, 슬라이더 외에 떨어지는 변화구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오승환은 새 구종 없이도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그러나 일본시리즈를 마치고 니카니시 기요오키 한신 투수코치는 오승환에게 '포크볼을 연마하라'는 과제를 내줬다. 오승환은 "꾸준히 연습을 하고 있다. 내 손가락에 맞게 변형된 포크볼을 올 시즌에도 많이 던졌다"며 "실전에서 사용하면서 타자들이 속는 걸 보고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스프링캠프에서 좀 더 연마해서 내년 시즌에는 구사 빈도를 늘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해외 진출을 노리는 후배 선수들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일본 야구라고 해서 크게 다른 점은 없다. 우선은 도전 정신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국 프로야구가 일본에 비해 절대 뒤쳐지지 않는다. 자신감 갖고 플레이를 했으면 좋겠다. 나도 자신감 없었으면 승부를 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승환은 지난 10일 한국시리즈 5차전이 열린 잠실 구장을 직접 방문해 전 동료들과 조우했다. 시즌이 시작하기 전 그의 일본 진출로 삼성의 우승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임창용이 돌아왔지만, 오승환의 존재감은 그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은 우려를 불식하고 시즌 내내 독주하며 통합 4연패를 이뤘다. 오승환은 "(삼성에서) 프로야구 선수로 데뷔한 이후에 운동장 아닌 관중석에서 경기를 처음 봤다. 남다른 기분을 느꼈다"며 "삼성 선수들이 우승하는 순간 삼성 유니폼을 입고 같이 환호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오승환은 "올 시즌 39세이브를 올렸지만, 그 안에는 4패와 6번의 블론 세이브가 있다. 아쉬운 부분이 많다. 내년에는 블론세이브를 최소화하겠다"며 "일본에서도 0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해 보고 싶다. 2년 연속 세이브왕 타이틀에 도전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결혼에 대해서는 "지금 당장하고 싶다고 결혼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 좋은 사람 생기면 결혼하겠지만, 아직까지는 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원 기자 raspo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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