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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황세손' 유해 창덕궁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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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 대한제국 마지막 황세손 이구씨의 유해가 20일 창덕궁 낙선재에 안치된 가운데 전주이씨 대동종약회 종친들이 문상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16일 일본 도쿄 시내 아카사카 프린스 호텔에서 서거한 대한제국 마지막 황세손 이구(李玖.전주이씨 대동종약원 명예총재)씨의 유해가 20일 일본 나리타 공항을 출발해 오후 4시15분쯤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황세손의 관 위에는 대형 태극기가 덮여 있었다.

황세손의 유해는 공항 도착 후 곧바로 고인의 빈전(빈소)이 마련된 창덕궁 낙선재로 운구됐다. 5시57분 창덕궁 앞에 도달한 유해는 대동종약원 종친 등 200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6시10분 낙선재 안에 설치한 특별 냉동관에 조심스럽게 안치됐다.

일본에서 유해를 옮겨 온 이환의(대동종약원 이사장) 공동장례위원장은 "황세손의 후손이 없어 양자를 들이는 문제를 3년 전부터 논의해 왔다"며 "고종황제의 후손 가운데 고른 후계자를 양자로 지명하는 황세손의 친필 사인을 서거하기 전에 미리 받아 뒀다. 내일 대동종약회 이사회에서 사인을 공개하고 후계 절차를 공식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어 "황세손은 후계자로 내정한 인물의 인적사항을 제시하자 '좋다'고 했으며, 후계자로 지명된 이도 '받아들였다'"며 "후계자는 뉴욕대를 졸업했고 일본에서도 공부했으며 현재 국내의 한 그룹 홍보팀에서 일한다. 그의 생부는 미국에 살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동종약회 한 관계자는 "의친왕 후손인 이충길씨의 아들로 '현대케이블TV'에서 PD로 근무하는 이원(42.이상엽)씨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이날 오전 9시30분 일본에서 실시된 부검 결과 사인은 심부전증으로 밝혀졌다. 황세손은 자신이 태어난 곳에 세워진 아카사카 프린스 호텔의 한 객실에서 생의 마지막을 보냈다. 호텔 종업원이 방 앞에 그대로 놓여 있는 신문과 우유를 보고 경찰에 신고해 타계한 사실이 알려지게 됐다. 마지막 궁중 전통 장례가 거행될 낙선재는 황세손이 한때 어머니 이방자 여사와 함께 살았던 곳. 1989년 이방자 여사와 그의 고모 덕혜옹주의 빈전이 잇따라 차려진 곳이기도 하다.

장례는 9일장으로 진행되며 24일 오전 10시 발인 예정. 조문은 21일부터 가능하며 일반인도 할 수 있다. 장지는 경기도 남양주시 홍릉(고종황제릉) 뒤편의 영친왕 묘역(영원)이다. 02-743-0533~4.

배영대 기자 <balance@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세자의 장례격인 '예장'으로 치러

마지막 황세손의 장례는 조선시대 왕실 예법으로 보면 '예장(禮葬)'에 해당한다. 예장은 조선시대에 세자와 세자빈에 대한 장례다. 왕과 왕비의 장례는 '국장(國葬)', 황제의 장례는 어장(御葬)이라고 칭했다. 종친.공신(功臣).종 1품 이상의 문.무신 가운데 공이 큰 이가 죽어도 나라에서 예를 갖추어 '예장'으로 장사를 지내기도 했다.

국장과 예장은 규모에서 차이가 날 뿐 절차는 유사하다. 국왕이나 세손이 서거하면 당일에 장례의 집행을 담당하는 도감(都監)이 설치되고 이곳에서 각종 업무를 담당할 관리가 차출됐다. 국장의 절차는 '국장도감 설치→빈전 마련→성복(상주들이 상복을 입음)→발인→하관(관을 구덩이에 내림)→반우(신주를 궁궐로 가져옴)→국장도감 해산'의 순서로 진행됐다.

이번 황세손의 경우 황세손장례위원회(공동위원장 이환의 대동종약원 이사장, 유홍준 문화재청장)가 모든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전례를 담당한 이기전(73.무형문화재 56호)씨는 "16일 서거하셨는데 20일에야 운구가 도착해 장례 일정이 너무 바쁘다. 21일부터 조문을 받는 등 본격 예식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24일 오전 10시 창덕궁 희정당 앞에서 영결식이 거행된 뒤 종로3가 종묘 앞에서 노제가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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