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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무의 「돌연 방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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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범석 외무장관의 방미는 시기적으로 다소 「돌연」한 느낌을 준다. 한미간에 이렇다할 공개적인 현안이 없는 현 시점에서 양국의상의 회동은 일단 「결속의 재다짐」이 아닐까하는 느낌을 갖게 한다. 또 수교 1백주년을 맞아 「적당한 기회에 방한」을 별러온「헤이그」미 국무장관이 최근의 포클랜드 사태 및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등 발등의 불을 끄는데 쫓겨 짬을 내지 못하는 점을 감안, 새로 취임한 이 외무가 대신 미국에 가서 상견례를 갖는다는 구도로 설명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은 양국외상의 빡빡한 외교일정으로 미루어 적이 한가롭고 너무나 상식적인 판단이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때문에 이번 「이-헤이그」 외상 회담에서는 단순한 결속의 재다짐이나 상견례 이상의「보다 실질적인 문제의 깊숙한 논의」가 이루어지리란 관측이 많다. 그 깊숙한 논의의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정통한 외교소식통들은『급변하는 국제정세 아래서 한미안보협력의 현상과 장래에 관련해 종래의 시각과 차원을 뛰어넘는 폭넓은 조감이 시도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열강의 이해교차지역, 자유진영의 동북아 안전판으로서 한국의 역할과 기여는 최근 들어 그 실상이 외면 또는 과소평가 되고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마저 일고 있다.
그 한 예가 후방의 중요한 지원세력인 일본의 대한 경협 요청에 대한 냉소적 내지는 기회주의적 처신이다. 미국·일본·중공·소련 등 이른바 4강의 이해는 한반도에서 평화통일을 이루는 데 있어 궁극적인 변수이며 현재 그 4강들은 「한반도의 현상고착」에 이해를 같이하고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핵심우방의 일원인 일본의 미덥지 못한 처신은 「한반도의 현상고착」이 결국「한국의 고립만을 초래할지 모른다는 우려마저 불러일으킨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평화통일 지지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제 3세계 권과의 꾸준한 외교노력 못지 않게 사회주의 정권의 급속한 대두로 인한 서구선진국들의 대북한 문호개방가능성이 점고 되고 있는 국제현실은 우리의 생존을 위한 안보외교를 보다 넓고 새로운 지평에서 전개해야하는 명제를 제기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한미외상회담에서는 이러한 상황판단을 근거로「한반도의 안보현실과 장래를 위한 새로운 정책가능성」에 관해 양국의 보조일치와 이해의 심화를 위한 깊숙한 협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 한미외상회담은 제5공화국출범 이후 정부가 일관되게 추구해온「세계 속의 한국」및 「외교의 국제화」의 향방을 가늠하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이번 한미회담은 우리외교의 새로운 차원으로의 도약을 위한 계기가 될는지도 모르겠다.<유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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