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배주의 정책 논란 중심 이정우 위원장 청와대서 부담 느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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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청와대가 이정우(사진)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의 교체를 검토하면서 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 변화에 대한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 정부의 대표적 분배주의자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던 이 위원장은 대통령직 인수위 경제1분과(재경.통상) 간사와 청와대 초대 정책실장을 역임했다.

특히 정책 기조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엔 노무현 대통령의 신뢰가 바탕이 됐다. 그가 교체될 경우 '시장 중심'의 실용 노선이 보다 힘을 얻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 대책에 있어서 이 위원장의 영향력은 절대적이었다. 그는 "부동산을 시장에 맡기라는 사람도 있지만 시장과 투기는 다른 것"이라며 "투기를 통한 천문학적 불로소득을 방치하는 것은 정부가 정부이기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해 왔다. 투기 근절을 위한 중과세를 골자로 한 2003년의 '10.29 부동산 대책'도 그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이 위원장은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10.29 대책을 참여정부의 대표적인 분배정책으로 꼽기도 했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취임 뒤 1가구 3주택 중과세의 시행 연기를 검토했으나 이 위원장이 예정대로 시행을 관철하는 데 앞장섰다.

최근에도 그는 "부동산 불로소득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 정부의 변함없는 생각"이라며 "참여정부는 부동산에 관한 한 부동심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10.29 대책의 효과가 단기에 그치고 지난달 17일 노무현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의 재검토를 선언하면서 정부는 정책 실패를 자인한 모양새가 됐다. 이 위원장의 교체 검토를 이 같은 부동산 정책의 책임론과 연계시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무관하다"며 "문책성 교체 검토가 아니다"고 말하고 있다.

'이정우식' 노사관계도 논란의 대상이었다. 2003년 7~8월 노사분규가 잇따르던 상황에 이정우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은 '네덜란드 노사 모델' 도입을 제안했다. 사측은 고용 규모 유지와 노조의 경영 참여 등을 보장하고, 노조는 임금인상을 자제하는 내용이다. 즉각 재계의 반발을 불렀다.

그 뒤 행담도 사건으로 각종 국정과제 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비판론이 쏟아지고 '아마추어 정부론'이 거론되자 이 위원장은 "오히려 아마추어가 희망"이라며 반박했다. 이처럼 각종 정책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이 위원장에게 청와대가 부담을 느낀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의 고위관계자는 "이 위원장의 교체 이후 정책기획위원회는 과거 김대중 정부 때의 순수 자문 기구로 전환될 것"이라며 "결국 부처의 옥상옥으로 불렸던 위원회를 원위치로 되돌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이 위원장의 교체와 정책 기조 변화는 큰 관계가 없다"고 거듭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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