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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진 인생 끌어올린다 - 직업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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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 대우조선해양기술교육원에서 한 교육생이 교육 훈련을 받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제공]

가정주부 박순옥(37)씨는 매일 아침 일찍 서울 강동구 집을 나서 경기도 평택까지 승용차를 몬다. 두 아이의 엄마인 박씨는 현재 볼보건설기계코리아가 운영하는 건설기계 정비과정(6개월 과정)을 5개월째 수강하고 있다. 교육훈련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8시10분부터 오후 5시까지 계속된다. 처녀 시절 잠시 기업체 경리를 하다 이른 나이인 스무 살에 결혼하는 바람에 사회 생활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했던 박씨는 '못 할 게 뭐 있겠나'는 맘으로 이곳을 찾았다.

5년 전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랐다고 생각한 박씨는 가계에 도움이 되는 일이면 무슨 일이든 하겠다는 마음으로 일거리를 구했다. 보험 회사.의료기 납품업체.의류 무역회사 등에 다녀보고, 식당 종업원 일과 택시 운전 등도 해봤다. 건설 기계가 돈벌이가 된다는 얘기를 듣고 850만원을 주고 작은 중고 굴삭기를 구입했다. 그는 중장비 운전 자격증을 따고 일을 시작했다. 그러다 아예 직접 기계를 손보고 싶다는 맘에 수소문끝에 볼보교육센터를 찾게 됐다. 점심 제공에 교육비가 무료라는 점도 마음에 끌렸다.

박씨는 다음달 교육 수료를 앞두고 요즘 일자리를 찾기 위해 정비공장 등에 다니며 면접을 보고 있다.

재취업 전선에 뛰어든 가정주부나 조기퇴직자들은 가능하면 예전과 비슷한 일들을 찾는다. 이왕이면 잘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게 자신의 '몸값'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은 전략이다. 하지만 퇴직 후 일손을 놓은 기간이 길면 길수록 일자리 찾기는 더욱 힘들다. 이럴 경우 불러주는 곳을 무작정 기다리기보다 새로운 직능을 배우는 것도 재취업의 우회로가 될 수 있다.

18일 노동부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등 15개 대기업이 구직자를 위한 직업훈련을 하고 있다.

이 교육 프로그램은 대기업이 중소기업 협력회사의 인력을 양성해주는 '중소기업 교육훈련 컨소시엄'의 일환으로 마련된 것이다.

◆ 어떤 프로그램이 있나=대우조선해양.현대중공업.유한킴벌리 등 15개 대기업이 중소기업 교육훈련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다. 대기업이 구직자들에게 전문적인 직업 훈련을 시켜 협력회사 등에 안정적으로 인력을 공급해주고 있는 것이다. 노동부 인적자원개발과 김홍섭 사무관은 "대우조선해양과 볼보건설기계코리아 등이 모범적으로 컨소시엄을 운영하고 있다"고 평했다. 전기공사 등 일부 프로그램에는 자격증을 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구직자들이 많이 몰린다. 그러나 도장 등 대표적인 3D 업종에는 지원자가 많지 않은 편이다. 대우조선해양 기술교육원 황주영 과장은 "경쟁률은 보통 1.5~2 대 1 정도며 교육을 마친 뒤 우리 회사 협력업체에 취업하면 첫 해에 약간의 잔업.특근비를 포함해 월 120만~140만원 정도 받는다"고 했다. 취업률도 높은 편이다. 볼보건설기계코리아의 경우 정비 교육생은 100%, 운전 교육생은 76%의 취업률을 자랑하고 있다.

◆ 어떤 혜택이 있나=교육 비용은 무료다. 회사에 따라 추가로 교육수당을 주는 곳도 있다. 프로그램마다 구체적으로 어떤 혜택이 있는지는 지원할 회사에 문의하면 된다. 경남 거제에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교육비와 기숙사비가 무료며, 월 30만원의 수당을 준다. 볼보건설기계코리아는 교육비가 매월 20만원이지만 교육훈련 수당이 매월 20만원씩 지급된다. 기숙사와 식당 등 교육과 생활에 필요한 모든 시설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유한킴벌리는 교재.실습비가 무료며, 훈련수당과 점심값을 준다. 노동부 김 사무관은 "교육훈련비의 80%는 국가가 지원하며, 교육생에게 수당을 지급할 경우 월 30만원까지 정부가 해당 기업에 보전해준다"고 설명했다.

◆ 자격 요건은 제각각=회사마다 인력 수급 사정이 다르다 보니 교육생 자격요건도 각각 다르다. 이달 22일까지 교육생을 모집하는 볼보건설기계코리아에는 만 15세 이상의 신체 건강한 남녀노소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반면 29일까지 원서를 받는 현대삼호중공업에는 고졸 이상의 학력으로 병역을 마쳤거나 면제받은 만 30세 이하여야 지원할 수 있다. 26일까지 원서를 접수하는 대우조선해양은 특이하게도 '고졸 이상 전문대졸 이하'로 자격을 한정했다. 이 회사 황주영 과장은 "예전에는 대졸자도 뽑았는데 적응하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 이제는 지원자격에서 대졸자를 뺐다"고 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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