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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씨 부부 돈 받은 경관 8명 면직조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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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거액 어음사기사건으로 구속된 이철희·장영자 부부로부터 경찰관들이 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관련 경찰관 8명이 면직됐다. 이철희·장영자 부부 어음사기사건을 수사중인 당국은 12일 서울 강남경찰서 수사과 일부 경찰관들이 장영자 씨 집 거액 강도사건을 해결한 뒤 사례금을 받은 사실과 장 여인의 주거지 관할 청담 파출소가 파출소 운영비를 보조받은 사실을 확인, 관련자 8명을 중 징계토록 서울시경에 통보했다. 시경은 이에 따라 이들 전원에게 사표를 받아 면직 처리했다.
관계 당국에 따르면 강남 경찰서 형사계 강력 반장 목형만 경사와 강력 반 형사 등 7명은 지난해 5월19일 장 여인 집에서 발생한 3인조 강도사건을 해결, 피해 품 중 3천만 원 어치를 회수해 돌려준 뒤 사례금조로 50만 원씩을 받았다는 것이다.
면직된 강남 경찰서 경무과장 김종렬 경정은 형사들에 대한 감독을 소홀히 한 데다 이·장 씨 부부와 알게 된 후 자주 수사를 독려했다는 것이다.

<1억2천만 원 털려>
▲발생=지난해 5월19일 상오 2시쯤 여자용 스타킹으로 얼굴을 가리고 붉은 색 흰색의 갖가지 테이프를 붙여 인디언 스타일로 위장한 오종식 씨(31·전과 5범·서울 답십리1동 242)와 김용철(42·전과 2범), 평철(33·전과2범)형제 등 3명이 집 앞 전봇대를 타고 장 여인 집에 침입했다.
범인들은 경비원 김모 씨 등 2명을 식칼로 위협한 뒤 이·장 씨 부부가 자는 방 앞까지 끌고 가『보일러가 고장나 잠깐 손봐야겠다』고 거짓말을 하게 한 뒤 이 씨가 문을 열자 뛰어들어가 부부를 꽁꽁 묶었다.
이들은 방을 뒤져 국내에 단 하나밖에 없다는 3캐러트 짜리 물방울 다이어(시가 3천만 원)·루비 반지 등 패물과 이 씨가 모 인사로부터 선물로 받아 항상 차고 다니던 롤렉스시계 등 1억2천만 원 어치를 챙겨 달아났었다.

<3캐리트 다이어도>
▲수사=사건이 난 다음날 아침 신고를 받은 강남 경찰서 형사대가 현장 감식 차 찾아갔으나 이·장 씨 부부는『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집이 아니다』며 형사계장 등 2명만 들어오게 해 수사를 하도록 하기까지 했으며 그 자리에서 장 여인은『다른 것은 몰라도 물방울 다이어 만은 꼭 찾아 달라』고 간절하게 부탁까지 했다는 것이다.
당시만 해도 이 씨의 전력이 중시된 데다 다른 2건의 동일수법 강도사건도 있고 해서 경찰은 극비리에 전담반을 편성, 9개월 동안의 추적 끝에 주범 오 씨를 검거했고 오 씨가 애인에게 주었던 물방울 다이아 등 5천만 원 어치의 강물을 회수해 돌려주었다는 것이다.
물방울 다이어는 다이아로서는 형태가 특이하고 워낙 커 범인 오 씨는 수정인 줄 알고 애인 임 모 양에게 끼라고 주었던 것이었다.
경찰관들이 물방울 다이아를 들려주자 장 여인은 뛸 듯이 기뻐하며『다시 못 볼 줄 알았는데 우리 형사들이 찾아 주다니…대단히 고맙다』고 눈물을 글썽이기까지 했으며 목 반장에게『언제든지 내 도움이 필요하면 찾아 오라』고 까지 했다는 것.
형사 팀은 이 사건이 나기에 앞서 3월 12일 상오 2시 논현동 산 24의16 변호사 함정호 씨(46)집에 같은 수법으로 복면을 하고 들어가 현금 귀금속 등 1백50만 원을 털어 간 3인조 강도 사건과 동일 범으로 보고 목 주임과 형사 5명으로 전담반을 편성했었다.
그 후 12월5일 또 같은 수법으로 청탁동 산85의163 손모 씨(46·회사 사장)집에서 금괴 등 6천만 원 어치를 털려 경찰은 3인조 강도 수사에 총력을 기울었다.
그럴 즈음 전담반의 임 모 형사가 도박판에서 나온 10만 원 짜리 수표가 강도 피해자의 집에서 빼앗긴 것임을 알아내고 추적 중 오종식 씨의 애인 임 모 양 집에서 이틀동안 잠복 끝에 새벽에 들른 오 씨를 검거했으며 그의 자백으로 공범 2명도 곧 붙잡았다.

<"얘들 장학금이다">
▲사례금=이 사건 해결 후 강남 경찰서 관 내 염곡동 검문소에서 전경대윈 권총 탈취사건이 발생해 이를 수사하던 중 장 여인 집 관할 파출소인 청담 파출소장 박성수 경사가『당시 사건 팀을 장 여인이 보자고 한다』며 급히 연락해 왔다는 것.
목 반장 등 형사 6명이 장 여인 집에 도착해 5분간 기다린 끝에 안내돼 들어가자 장 여인 비서는 이들을 소파에 앉히고 커피를 대접했다.
잠시 후 연한 초록색 한복 차림의 장 여인이 나타났다.
비서는 미리 봉투에 한사람 한 사람 씩 이름을 불러 쓰게 한 뒤 경찰관들을 일렬로 세워 놓고 마치 수훈 경찰관을 표창하듯 50만 원씩이 든 봉투를 장 여인이 나누어주었다.
사례금을 일일이 준 뒤 장 여인은 잠바 차림의 형사들을 보고『우리 형사들은 마치 굴뚝에서 갓나온 사람 모양 시커멓구먼』이라고 농을 건넨 뒤『이 사례금은 여러분 아이들의 장학금으로 주는 겁니다. 여러분들이 자주 전근 가기 때문에 기금으로 만들지 못하고 그냥 전달하니 잘 써 주세요 라고 했다는 것.

<"운영비 보태 써라" >
▲파출소 운영비 수사=청담 파출소는 지난 1년 동안 이·장 씨 부부로부터 매달 15만원씩 운영비에 보태 쓰라는 명목으로 모두 1백80만 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들 부부는 매달 개인비서 김용남 씨(37·구속 중)를 통해『우리 집을 잘 봐줘 고맙다』 고 인사를 전했다는 것.
이 파출소는 매달 42만 원(겨울철은 연탄 값으로 11만원 추가)을 받아 운영하고 있으며 경찰관 9명, 전경대원 3명(파출소서 숙식), 방법대원 21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장 씨 부부는 지난해 5월의 3인조 강도사건 이후 담 장 위에 경보 등과 전류가 통하는 방책을 치고 대문에 전자 감응 식 도난 방지기를 설치하는 등 소란을 피워 화제가 됐었다.
한편 이 사건 관련자들은 강도사건을 해결한 뒤에 이·장 씨 부부나 그 측근에 한번도 손을 내민 적이 없으며 다른 사건 수사에 시달리다가 불려 갔고 상대방이 고위직을 지낸 인사여서 아무런 부담 없이 받았는데 중징계를 받는 일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면직된 8명은 다음과 같다.
▲강남경찰서 경무과장 김종렬 경정▲형사 강력 반장(서리) 목영만 경사▲청담 파출소장 박성수 경사▲형사2반 순경 임병훈·정기화·임영남·손태종·홍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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