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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삼순이’보다 ‘더미’에 의미부여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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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 “‘삼순이’에게는 파티셰는 없고 삼식이만 있나봐요.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여성을 주체적으로 만드는 것 중의 가장 중요한 것이 일인데 일에 대한 것은 거의 보이지 않고 삼식이와 사랑에만 초점을 맞추네요.” 종반부로 치닫으면서 이같은 한 시청자의 지적처럼 MBC ‘내이름은 김삼순’은 이제 한 사람의 전문 직장인으로서의 당당함과 일에서의 주체성 발현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 것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심지어는 파티셰라는 직업은 삼순이의 사랑을 전개하기위한 부속적 장치에 불과했다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을 정도로 직업인으로서의 삼순이의 모습은 드라마 중반부를 넘어서면서 보이지 않고 있다. 현대 여성에 있어 일은 어쩌면 사랑보다 더 자아 형성과 주체적 여성으로 자리잡는데 훤씬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초 ‘내이름은 김삼순’의 초반부에서는 이러한 측면을 보여줘서 많은 시청자들이 환호를 했다. 하지만 이제 삼순이는 진헌(현빈)과의 사랑만이 관심사다. 물론 사랑전개 방식과 결말 부분에 이르러 사랑을 완결시키는데 남자에게 주도권을 넘겼던 기존의 드라마의 다른 것은 평가할만 하다. 그리고 진헌과 결별후 홀로서기를 시도하는 삼순이의 모습을 내놓음으로서 여성의 주체적 사랑관을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는데 이같이 진행된다면 이것 역시 매우 의미있는 드라마 캐릭터의 진전이다. 드라마에서 보여줬던 남녀간의 사랑에 있어서의 스테레오 타입식의 수동적 여성상을 탈피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중반부가 진행되고 있는 SBS 월화 드라마 ‘패션 70s’에서의 더미(이요원)는 삼순이와는 상당 부분 차이가 있다. 바로 전문 직장인으로서의 조명의 정도와 그리고 직장인으로서의 여성을 다루는 부분에서 비교가 안될 정도이기 때문이다. 물론 ‘패션 70s’의 드라마를 전개하는 하나의 축은 이요원, 주진모, 김민정 등이 전개하는 사랑이다. 하지만 남녀간의 사랑 못지 않게 이 드라마를 견인하는 축이 바로 패션 디자인으로서의 여성들의 직업의 세계이다. 중반부지만 패션 디자인으로서의 좌절과 성공을 향한 노력들이 이요원과 김민정에게서 드러나고 있다. 한 장면만 보자. 패션 디자이너 장봉실(이혜영)여사가 자신의 옷을 망쳐 몰래 다시 똑같이 만들어온 더미의 뺨을 때린다. 그리고 흉내내고 도둑질 한 것을 질타한다. 더미는 봉실에게 묻는다. 겉으로 보기에는 똑 같은데 왜 그러느냐고. 봉실은 말한다. “내가 이옷을 만들때 불어 넣었던 혼이 없다”고 말한다. 옷 하나에도 패션디자이너의 정신이 들어가는 것을 설득력있게 묘파한다. 최근 들어 일은 여성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물론 사랑도 중요하다. 일과 사랑을 균형감있게 다루는 그것도 두 부분에서 주체적인 여성상을 다루는 드라마는 매우 드물다. ‘내이름은 삼순이’는 사랑에만 초점을 맞춘 대신 ‘패션 70s'는 사랑과 일에 있어서의 여성의 주체성 발현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삼순이보다 더미에게 더 많은 점수를 주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 기사제공: 마이데일리(http://ww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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