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한 방법으로 돈 번 사람에게 복수하려 자살 택한다"|김상기씨 유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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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은행돈 86억 원을 횡령했던 김상기씨(39·전 조흥은행 명동지점 차장)는 자신과 거래했던 전주와 몇몇 주위사람들에게 죽음으로써 복수하려 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10일 처음으로 공개된 유서에서 김씨는 자신을 믿어 주지 않고 자신을 부정한 사람들에게 눈물과 한을 심어 주고 저주를 보내기 위해 죽음의 길을 택했다고 변명했다.
김씨는 자신의 과거행위가『용납될 수 없는 부정행위』였으나 이를 용납해 주지 못하는 동료·상사·부하에게 비겁하게 보일 수는 없었다고도 했다. 그러나 김씨는『동료 후배들이 자신을 믿고 있었으면 그만큼 불행은 적었을 것』이라며 그 동안 동료들과 갈등이 있었음을 비치고 처절한 불행을 해결하고자 노력했던 자신의 행위가 죽음으로 끝나게 되는 것이 한이라고 했다.
김씨의 유서에는 이밖에『돈의 행방을 묻지도 말고 어딘가 남아 있으리라 기대하지도 말라』고 써 돈 행방을 철저히 은폐했다.
또 유서에는 김씨의 부정행위에 대한 기미를 알아차린 은행동료들과 심한 갈등을 보인 내용이 담겨 있어『일부행원들이 김씨의 부정행위를 알고 있었고 이로 인해 김씨와 옥신각신했다』는 수사단서를 남겨 앞으로 검찰의 동료행원에 대한 배임 등 수사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학노트 일기장 10페이지에 쓰인 이유서는 김씨가 숨진 뒤 2일 후 김씨의 승용차(서울4나2400호 레코드 로열)에 있던 서류뭉치 속에서 발견되었다.
은행자체감사(4월19일)를 앞두고 3일 동안 은행에 결근했던 김씨는 자살하던 날인 4월 19일 아침 서울 연희동 집에서 부인이 끓여 준 코피를 마시며 이 유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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