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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지역 담보대출 제한, 그 뒤 보름…북적대던 창구 발길 뚝 끊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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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지난 4일 금융당국이 투기지역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요건을 크게 강화한 뒤 금융권의 관련 대출이 급감하고 있다.

투자 목적으로 돈을 빌리려는 다주택자의 대출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진 데다 실수요자 사이에서도 일단 기다려 보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돈 굴리기에 비상이 걸린 금융회사들은 기업 대출 강화 등 대안 찾기에 부심하고 있다.

◆ 신규 대출 절반 이상 줄어=지난달 말까지 북적이던 국민.우리.신한 등 주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창구는 지난주부터 썰렁한 분위기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20일 신규 주택담보 대출액이 582억원이었으나 대출기준을 강화한다는 정부 방침이 알려지면서 지난달 30일 1396억원까지 급증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서는 하루 대출액이 400억~500억원으로 줄었고, 지난 13일에는 370억원까지 낮아졌다.

우리은행도 하루 평균 신규 주택담보 대출액이 지난달 550억원에서 최근 절반 수준인 300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신한은행도 하루 100억~300억원씩 늘던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7월 들어서는 10억~1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0일까지 은행권 전체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33억원 감소했다. 새로 빌려간 사람보다 갚은 사람이 더 많았다는 얘기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 석 달간 1~10일 새 평균 6000억원씩 늘어났었다. 이런 추세는 보험사도 마찬가지다. 흥국생명이 하루 평균 신규 대출액이 30억원에서 5억원으로 줄어드는 등 대부분 보험사의 주택담보대출이 30% 이상 감소했다.

◆ '돈 굴리기' 비상=주택담보대출을 대신할 수익원을 찾기 위한 금융회사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은행과 보험사들은 잇따라 기업 및 소호(자영업자)대출과 프로젝트파이낸싱 분야를 강화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이달부터 기업대출을 늘리기 위해 지점장의 전결 한도를 최고 30억원으로 확대했다. 우리은행은 중소기업 전용상품인 석세스론의 판매시한을 연말까지로 연장하고 한도도 1조원에서 3조원으로 크게 늘렸다. 하나은행은 하반기에 소호 대출 신용평가 시스템을 마련해 소호대출 잔액을 6조원에서 10조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국민은행과 기업은행은 13일 송도신도시와 인천공항을 잇는 인천대교 민간투자사업에 지분 15%를 투자하기로 했다.

◆ 일부에선 아직 과열=서울 시내 일부 아파트엔 4일 이후에도 보험사와 저축은행들이 집값의 80%까지 빌려준다는 전단이 돌고 있다. 본사에서 대출 한도를 지키라고 하지만 대리점이나 대출모집인들이 실적을 위해 예전과 같은 금액을 고객에게 제시하고 있다는 게 관련 회사들의 설명이다.

씨티은행은 정부의 규제 강화 이후 오히려 주택담보대출 초기 감면 폭을 연 0.7%포인트로 늘리기도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주택대출 규제로 투기 심리가 완전히 수그러들었다기보다는 눈치를 보며 잠복해 있는 상태라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나현철.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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