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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자이레의 협력관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자원외교의 입장에서 보나 비동맹외교의 측면에서 보나 자이레공화국은 우리에게 중요한 나라다. 자이레는 아프리카의 대국일 뿐 아니라 제3세력권 전체를 통해서도 그 발언권은 막강하다.
비동맹외교의 출발지점인 동시에 골인지점이라고 할 수 있는 아프리카대륙에서 남북한의 외교현황을 보면 수교국가수 39대28로 우리가 북한에 뒤지고 있다.
우리가 올 들어 라이베리아의 「도」원수를 비롯하여 아프리카 국가들의 외상, 특사의 잇단 방한을 맞고 이번에 다시 자이레의 「모부투·세세·세코」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하게 된 것은 아프리카외교의 이런 현실개선에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 같다.
우리가 그 동안 유엔외교, 비동맹외교, 혹은 자원외교를 구호로는 요란하게 외치면서도 유엔총회나 비동맹회의에서 그때그때 급한 불을 끄는 것 이상으로는 장기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을 이번 기회에 솔직히 반성할 필요가 있겠다.
가령 자이레와의 교역량 하나를 보아도 작년 한햇동안 우리의 대자이례 수출이 l백85만1천 달러, 수입이 84만5천 달러에 불과했다.
이 나라가 인구3천만, 국토가 남북한의 10배 이상의 세계적인 자원대국인 것을 생각하면 한국-자이레 협력관계는 「지금부터」라는 게 분명해진다.
한국과 자이레는 서로가 주고받을 것들이 많다. 자이레의 다이어먼드·코발트 매장량은 세계 제1위, 구리가 6위, 아연·금·망간·주석이 풍부하고 국토의 44%가 열대산림으로 덮여있다. 거기다가 석유까지 년 l백만t정도가 나온다.
그러나 경제발전 단계는 연간 l인당 국민소득(GNP)1백30달러다. 경제적인 발전의 여지도 그만큼 많다는 의미가 된다.
우리가 고급인력과 경제개발의 노하우(기술)룰 가지고 협력과 공영의 손을 내밀어야할 나라가 바로 이런 나라가 아닌가.
그런데도 두 나라의 거리는 그 지리적인 거리만큼이나 멀었던 것이 사실이다. 74년에 「모부투」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한 것도 우연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8년 전에 북한을 방문한 바 있는 아프리카의 강자가 마침내 한국을 방문하게 되었다는 것은 우리의 아프리카 외교, 비동맹외교가 그 동안 쌓은 노력으로 가속되어 착실한 전진을 한다는 반가운 조짐인 것이다.
「모부투」대통령은 73년 경제의「자이레화」률 단행하여 외국자본의 지배하에 있는 농업, 무역, 광산 따위를 민족자본화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경영 미숙으로 농업의 정체, 인구의 도시집중 같은 경제적인 혼란을 체험하고는 76년 외국기업보호로 다시 궤도수정을 했다.
77년과 78년에 일어난 사바주의 콩고민족해방전선의 반정부반란이 미-영, 불-벨기에, 그리고 아프리카의 친 서방세력의 지원으로 진압된 이후 자이레의 대외정책노선은 한국-자이레 관계를 과거 어느 때보다도 긴밀하게 만들 분위기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모부투·세세·세코」대통령이 전두환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우리의 통일방안과 대북 제안에 전폭적인 이해와 지지를 표명한 것도 북한이 아프리카대륙에서 벌여온 한국 비방과 거짓선전의 수명단축에 크게 일조를 할 것이 튤림없다.
「모부투」대통령은 멀리서 온 빈객이다. 그가 체한 중 우리의 발전하는 모습과 평화를 사랑하고 통일을 갈구하는 우리들의 진지한 자세를 눈여겨보고 돌아가서 한국-자이레, 한국-아프리카 관계에 새 시대를 여는데 앞장서 주기를 바란다.
우리는 이번 기회에 자이레 같은 나라를 단기목적을 위해서가 아니라 서로가 주고 받을 수 있는 구체적인 이익과 공동의 가치관을 바탕으로 긴 안목의 우호협력관계를 넓혀나가는 일에 힘을 쏟아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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