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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일 대장과 함께 오르고 싶었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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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지난 7월 파키스탄 카라코람히말라야 가셔브룸 빙하 베이스캠프의 안치영 대장. [사진 안치영]

국내 산악계의 ‘젊은 피’ 안치영(37·봔트클럽) 대장이 ‘아시아 황금피켈상’을 수상했다. 안 대장은 지난 6일 서울 at센터에서 열린 ‘제9회 아시아 황금피켈상’ 시상식에서 일본의 케이 다나구치(43) 팀과 이 상을 공동 수상했다. 아시아 황금피켈상은 2006년 월간 『사람과 산』이 제정한 상이다.

 안 대장은 지난 7월 25일 파키스탄 카라코람히말라야 가셔브룸5(7147m)를 성낙종(39) 대원과 함께 세계 최초로 등정했다. 셰르파(등반 가이드)도, 고정 로프도 없이 단번에 정상까지 치고 오르는 ‘원푸시(One Push) 스타일’이었다. 원정대는 애초 북동벽으로 길을 잡았지만, 눈사태로 등반이 여의치 않자 남동벽으로 루트를 바꿔 재도전했다. 꼬박 4일 동안 등반했으며, 마지막 날은 해발 6560m 크레바스(빙하의 갈라진 틈)에서 비바크를 감행해야 했다.

 안 대장은 2012년 이후 내리 3년째 ‘세계 최초 등정’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2012년 김창호(45·몽벨) 대장과 함께 네팔히말라야 힘중(7140m)을 등정했으며, 지난해에는 오영훈(36)·김영미(34)와 함께 네팔의 암푸1(6840m) 역시 ‘원푸시’로 성공했다.

 가셔브룸5는 지난 2010년, 고(故) 김형일 대장이 도전한 산이다. 안 대장은 “(김)형일 형과 꼭 같이 오르고 싶은 산이었는데…. 정상에 서서 좋았다”고 뒤늦게 소감을 밝혔다. 2011년 촐라체(6440m)에서 작고한 김형일 대장과 안 대장은 2006년 로체남벽(8516m) 원정 때 한솥밥을 먹었다. 김형일 대장은 작고 3주 전, 안나푸르나(8091m) 남벽에서 실종된 고(故) 박영석 대장 일행을 찾아나서는 의리를 보였다. 고인이 된 박 대장과 김 대장은 당시 국내에서 가장 모험적이고 도전적인 등반대를 이끈 양축이었다. ‘산악인 안치영’은 그런 두 선배의 뒤를 잇고 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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