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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준 남자, 최형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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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프로야구 삼성이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9회 말 최형우의 2타점 끝내기 2루타로 넥센에 2-1로 역전승을 거뒀다. 삼성은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4연패에 1승만 남겨뒀다. 삼성 1루 주자 김헌곤(53번)이 홈에서 세이프되자 동료들과 환호하고 있다. 허탈한 표정을 지은 넥센 포수 박동원(오른쪽)과 대비되고 있다. [뉴스1]
최형우

오후 6시32분 시작한 경기에서 삼성은 3시간 넘도록 1점도 얻지 못했다. 삼성의 야구는 9회 말 투아웃부터였다. 9시44분 터진 최형우(31)의 한방에 승부가 뒤집혔고 끝났다.

 삼성은 1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KS·7전4승제)에서 넥센을 2-1로 이겼다. 시리즈 전적 3승2패로 앞선 삼성은 정규시즌과 KS 통합 4연패에 1승만을 남겼다.

 경기 중반까지 팽팽한 투수전이 펼쳐졌다. 삼성 선발 밴덴헐크와 넥센 선발 소사는 시속 150㎞가 넘는 강속구를 뿜어내며 타자들을 압도했다. 0-0 균형은 6회 초 깨졌다. 넥센은 1사 2루에서 타격왕 서건창의 적시타로 선제점을 올렸다. 밴덴헐크는 7회까지 5피안타 1실점한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소사도 6과 3분의1이닝 동안 4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넥센은 7회 1사 1루에서 필승카드 조상우를 꺼냈다. 8회 말 디펜딩 챔피언 삼성이 반격했다. 채태인의 중전안타, 최형우의 볼넷, 이승엽의 몸 맞는 공으로 무사 만루. 넥센은 마무리 손승락을 조기 투입하며 맞섰다.

 삼성으로 넘어갈 듯한 흐름을 손승락 혼자 막아냈다. 박석민을 유격수 플라이, 박해민을 1루 땅볼, 이흥련을 2루 땅볼로 잡아내며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쳤다. 중심타선이 점수를 뽑지 못한 삼성이 절대적으로 불리했다. 넥센 팬들은 손승락을 연호하며 승리의 기쁨을 미리 즐겼다.

 손승락은 9회 말 선두타자 김상수를 유격수 땅볼로 잡아냈다. 경기가 곧 끝날 것 같은 상황에서 수비 실책 하나가 승부를 흔들었다. 나바로의 평범한 땅볼을 넥센 유격수 강정호가 놓쳤다. 5회 말 무사 1루에서도 나바로의 땅볼을 한 번에 잡지 못해 병살 플레이에 실패했던 강정호의 수비는 또 위축됐다.

 그래도 손승락은 바깥쪽 빠른 공과 몸쪽 슬라이더를 섞어 던졌다. 박한이를 삼진으로 처리했지만 채태인에게 우전안타를 내줬다. 2사 1·3루. 방망이가 부러지며 안타가 된 게 넥센의 불운이었다. 손승락은 삼성 4번타자 최형우와 맞섰다. 2볼-2스트라이크에서 승부구는 몸쪽 슬라이더였다. 이를 노리고 있었던 최형우가 벼락같이 방망이를 휘둘렀다. 넥센 1루수 박병호의 오른쪽을 총알처럼 지나친 타구는 오른쪽 담장까지 굴러갔다. 3루주자 나바로는 여유있게 홈을 밟았고, 1루 대주자 김헌곤까지 홈을 파고 들었다. 간발의 차이로 세이프. 삼성은 한 번의 찬스를 놓치지 않았고 경기를 끝냈다. 더그아웃에 있던 삼성 선수들은 우승이라도 한 듯 뛰어나와 환호했다.

 5차전 최우수선수(MVP)에 뽑힌 최형우는 “많은 분들이 이번에는 삼성이 우승하지 못할 거라고 말했다. 삼성 주장으로서 그런 말을 듣는 게 속상했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챔피언에 오른 팀의 저력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8회 만루에서 대타 카드를 쓰지 못해 아쉬웠다. 졌다면 내 책임이었다”면서 “9회 말 2점을 낸 건 우리 선수들이 큰 경기 경험이 많은 덕분이다. 내일 6차전은 총력전이다. (리드를 잡으면) 투수를 다 쏟아 붓겠다”고 말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뼈아픈 역전패를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염 감독은 “아쉽지만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시소게임에서 누가 이기느냐가 중요한데…”라며 “오늘 지는 바람에 선수들이 타격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2경기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11일 오후 6시30분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6차전 선발로 삼성은 윤성환, 넥센은 오재영을 예고했다.

김효경·박소영 기자

한국시리즈 5차전
넥센 1 - 2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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