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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지상파 말만 듣고 시장 혼란시키는 방통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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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봉지욱
JTBC 정치부 기자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이달 ‘광고산업발전위원회’를 새로 꾸렸다. 기존 자문기구인 ‘방송광고균형발전위(균발위)’가 지상파 편만 든다는 비판이 제기된 탓이다. 균발위와 달리 위원 8명 중 3명이 유료방송 추천 인사다. 방통위는 지상파 광고 총량제의 파급 효과에 대한 연구용역도 뒤늦게 발주했다. 업계의 의견을 골고루 수렴하려는 의지 같아 보인다. 그러나 그간의 과정을 보면 씁쓸하기 짝이 없다. ‘뒷북’이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지난 8월 지상파 방송사에 광고 총량제를 허용했다. 총량제란 방송사 자율로 광고 시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당연히 지상파 인기 프로그램에 광고가 집중될 전망이다. 시장을 뒤흔들 정책 결정이지만 어느 수준까지 허용할지는 제시되지 않았다. 구체적인 내용도 없이 허용부터 먼저 해놓은 것이다.

 시장은 혼돈에 빠졌다. “지상파로의 광고 쏠림이 심해질 것”(유료방송), “중간광고 허용이 빠졌다”(지상파)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수혜자 격인 지상파마저 비판을 제기하자 방통위는 지상파 달래기에 나섰다. 방통위는 비공식적으로 지상파 측에 ‘프로그램 총량제’ 카드를 내밀었다. 8월 허용 당시 지상파 총량제는 현행 유료방송 수준(시간당 최대 12분 광고)으로 언급됐다. 하지만 프로그램 방영시간을 기준으로 하게 되면 90분 프로의 경우 총 18분 동안 광고가 가능하다. 기존보다 6분이 더 늘어난다. 그동안 지상파들은 ‘중간광고 없는 총량제’는 핵심이 빠졌다며 거부해왔다. 그러나 ‘프로그램 총량제’ 카드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시뮬레이션 결과 타산이 맞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방통위의 일방적 ‘지상파 편들기’를 비판하고 있다. 방통위는 지난해부터 광고 규제 완화를 추진했다. 주로 지상파 쪽과 의견을 주고받았다. 한국케이블TV협회 관계자는 “지상파 총량제 관련 의견을 달라는 방통위 공문을 받은 적 없다”고 말했다. 2기 방통위원을 역임한 A씨는 “지상파 총량제 및 중간광고는 방통위 사무처가 낸 아이디어”라고 전했다. 실무를 맡은 방통위의 한 국장이 지상파에 편향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애초부터 유료방송을 배제하고 지상파 편향적인 분위기를 주도했단 얘기다.

 방통위 사무처가 운영하는 균발위는 “지상파에 총량제와 중간광고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연거푸 내놨다. 균발위는 지상파 3사와 지역 지상파 간의 광고 상생만을 논의해야 하는 법정 자문기구다. 설립 취지를 벗어나 전체 시장에 대한 의견을 내놓으면서도 유료방송에 대한 의견 수렴은 없었다. 그럼에도 방통위는 12월 중순께 관련 법 개정을 강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반발을 의식해 내놓은 뒷북 대책도 형식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봉지욱 JTBC 정치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