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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체미 3년 본대로 들은 대로…김재혁 전 특파원(7)자동차·TV·스포츠문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언젠가는 당신도 캐딜락을 소유할 수 있습니다-. ABC·CBS·NBC 등·미국의 3대 상업TV가 밤10시 이후에 내보내는 캐딜락 승용차 광고의 한 귀 절이다. 승용차가 생활의 필수품인 미국에서도 아직까지 최고급 캐딜락은 성공의 심벌로 통하고 있다.
미국사람들에게는『언젠가는 ××하게 된다』는 식의 광고가 잘 먹혀 들어간다. 보다 나은 내일을 약속하는 것은 그들의 잠재적 갈망을 자극해 주기에 충분하다. 이런 따위의『언젠가는…』식의 광고를 특별히「섬데이·애드」(Someday add) 라고 부른다. 미국인의 일상생활에서 가장 미국적인 특징을 찾으란 다면 블루진·핫도그·프로야구·미식축구 그리고 자동차와 TV를 꼽을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자동차와 TV는 오늘의 미국을 있게 한 바탕이자, 미국문화의 중심요소로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한 사회학자는 『자동차와 TV가 없는 미국문화란 상상할 수도 없다』고 했다.
디트로이트의 자동차와 할리우드의 TV프로그램은 미국 중류층의 기호와 구매력에 영합하고 있다.
미들 아메리칸 들이 새 자동차의 대부분을 구입한다.
또 중류층 주부들은 TV의 소프오페라를 시청하고, TV에서 광고하는 상품을 소비하고 있다.
중류층이 쓰던 헌차는 하류층으로 팔아 넘겨지는데, 중고차 거래업소가 몰려 있는 지역은 하류층의 집결지다.
뉴욕양키즈구단 사장「앨·로슨」씨는 미국사회가 자동차·TV·스포츠중독증에 걸려 있다면서 미국인의 생활에서 세 가지를 앗아 버리면 무미건조하기 짝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인들에게는 자동차란 ▲신분의 상징 ▲기동성 ▲일상생활의 기반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자동차는 미국 중류층으로 하여금 미국의 모습을 바꿀 수 있게 했다. 도시에서 벗어나 근교주택가와 새로운 상업지구를 개발하는데 자동차 없이는 불가능하다. 미국 전국의 자동차 도로망 총 연장은 6백19만km로 인구 1인당 2·8km꼴이다.
미국인들이 자동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은 학교 교육시간의 3배 이상이다. 따라서 자동차는 교통수단 이상의 뜻을 가지며, 개개인에게 자기공간을 제공해 준다. 승용차 1억2천만 대를 포함하여 각종 자동차 2억7천만대가 소비하는 휘발유는 우유보다도 더 많은 양이다.
공장노동자 10명 중 2명은 자동차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미국경제가 침체에 빠지고 휘발유가격이 오르자 대형 승용차의 수요가 주춤하는 사이에 일제 소형차가 미국시장의 23%를 갉아먹었다. 디트로이트의 자동차산업계는 K나 X형 소형 자동차를 자체 개발하거나 일본과의 공동생산을 서두르고 있다. 한편에서는 일제 자동차의 수입을 억제하라고 압력을 넣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사실상 별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소형자동차의 주 시장이 중류층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부 중류층에서는 출퇴근용으로 소형차를 구입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나 그들은 이미 신분에 알맞은 안락하고 안전도가 높은 대형 승용차를 보유하고 있다. 80년 여름 휘발유를 격일제로 판매했을 때 펑균 여행거리가 줄어들었을 뿐 여전히 대형승용차가 구르고 있었다.
특히 캐딜락 린컨콘티넨틀 벤츠 롤즈로이스 자가 BMW 폴크스바겐 등 고급승용차일수록 수요가 줄어들기는 커녕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고급승용차를 굴린다는 것은 생활수준 전체가 걸 맞자 고급스럽다는 것을 뜻한다. 뉴욕의 한국교포사회에 70년대 초부터 캐딜락이 등장하여 이제는 유행이 됐다.
미국의 어린이들은 보물 선을 찾기보다는 멋진 자동차를 갖겠다는 꿈을 가지고 자란다.
미국인들 가운데도 일부만이 최고급 승용차를 굴릴 만한 처지로 성공할 수 있으며 나머지는『나도 언젠가는 캐딜락을 타겠지…』 하는 소망을 품고 있다가 죽은 다음에야 달성하는 수도 많다. 장의 차가 캐딜락이기 때문이다.
TV는 미국인의 생활에 동질성을 갖게 하는 중요한 도구다. 미국의 TV어린이들은 TV가 제공하는 대중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자라서는 TV연속극에서 보아 온 성의 개방·성의 혁명을 실천한다. TV가 제공하는 정치·패션·소비상품이 미국인의 가정을 지배한다.
1억2천만 대 이상의 TV수상기가 발휘하는 영향력은 다른 어느 것과도 비교될 수 없을 정도. 수많은 간행물 가운데 매주 1천9백만 부 이상이 팔리는「TV가이드」는 미국사람들의 생활자체를 이끌고 있다.
자동차나 TV는 기술개발의 열매다. 많은 미국사람들의 일생은 결국 기술의 장난감에 얽매여 있다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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