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카드社 직원이 고객정보 빼내 팔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7면

대형 신용카드업체인 LG카드의 심사업무담당 직원이 비밀번호를 포함한 고객 수백명의 신용카드 정보를 돈을 받고 유출시켜 회원들에게 13억여원의 피해를 끼친 사실이 드러났다. 카드사의 정식 직원이 직접 카드정보 유출 범행에 가담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관련 업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또 카드정보 중개상들이 '인터넷 카페'를 통해 공공연히 카드정보를 거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당국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2일 고객들의 카드정보를 몰래 팔아넘긴 혐의(신용정보이용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LG카드사 직원 許모(31)씨와 카드정보 중개상 李모(27)씨 등 4명을 구속하고 속칭 카드깡 업자 韓모(37)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이들이 팔아넘긴 신용카드 계좌에서 물품대금.현금서비스 등으로 12억원이 인출됐고, 경마.경륜 사이트에서 5천여만원이 결제된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許씨는 지난 3월 카드정보를 구해달라는 李씨의 제안을 받고 3월 14일부터 4월 2일까지 자신의 PC단말기를 통해 인적사항.카드번호.유효기간.사용한도액 등이 적힌 고객 6백20명분의 카드정보를 빼내 李씨에게 7백만원에 넘긴 혐의다.

許씨는 카드발급 자격을 심사하는 중앙회원심사센터에 근무, 업무 특성상 고객들의 카드정보에 쉽게 접할 수 있었으며 단말기로 알아낼 수 없는 비밀번호는 동료들이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카드발급신청서를 보고 베낀 것으로 밝혀졌다. 許씨는 경찰에서 "14개 카드로 돌려막기를 하다 5천여만원의 빚이 생겨 이를 갚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또 李씨는 許씨에게서 건네받은 정보 가운데 41명분을 인터넷 카페를 통해 또 다른 카드정보 중개상 金모(29)씨에게 1천만원에 넘겼으며, 金씨는 다시 裵모(30)씨에게 2천만원에 팔았다.

裵씨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품구매를 가장한 속칭 카드깡을 통해 1억원 상당을 가로챘으나 피해자들의 신고가 잇따르자 카드사에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 덜미가 잡혔다.

◆카드정보 인터넷 거래=카드정보 중개상들은 과거 오프라인에서 소규모로 활동했으나 지난해 연말부터 인터넷 카페를 통해 본격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재진이 이번 범행에 이용된 J카페에 접속한 결과 2일 현재까지도 'A카드 자료 팝니다''B카드번호 작업해 주실 분'등의 게시물이 연락처와 함께 올라와 있었다.

카드정보의 거래 가격은 사용한도액의 10~30% 정도. 중개상들은 비밀번호까지 포함된 카드정보는 '완자', 비밀번호가 빠진 것은 '반자'라고 부르며 가격에 차등을 두어 거래하고 있다.

경찰은 "중개상이 활동하는 카페를 6개 가량 파악했다"며 "중개상은 20~30명 정도로 추정되고 보통 카드정보를 1백~2백여개 단위로 거래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하.천인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