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추적] "정치자금 영수증 발급 시한 왜 늘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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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회는 6월 30일 정당법.정치자금법.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이들 개정안은 국회 정치개혁특위(정개특위)에서 작성됐다. 그러나 개악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정치개혁에 역행하는 '졸속 개정'과 '야합 개정'이라는 것이다. 정치관계 3법,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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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히는 것은 ▶정치자금 영수증 발급 시한을 연장한 것이다. 일부 정치인은 사정기관에 의해 검은 돈 받은 사실이 탄로날 것 같을 때 뒤늦게 영수증을 발급해 그 돈이 정치자금임을 주장하는 방식을 사용하곤 했다. 영수증 발급시한이 '돈 받은 뒤 30일'이던 것을 개정법은 '해당 연도 말'로 연장함에 따라 이런 편법이 더 기승을 부릴 것이란 우려가 학계와 시민단체들에서 나온다.

국회의장 자문기구로 정치관계법 개혁을 논의했던 정치개혁협의회(정개협)는 영수증 발급시한을 연장해선 안 된다는 의견을 냈었다. 정개협엔 선관위와 교수.변호사,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정개협의 이 주장을 의원들의 회의체인 정개특위가 거부한 것이다.

선관위의 계좌추적권 요구를 묵살한 것은 계속 논란이 될 전망이다. 선관위는 지난 4월 선거비용에 대한 실질적 조사를 위해 계좌추적권을 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정개협도 여기에 찬성했다. 그러나 정개특위 소속 의원들은 자기 발등을 찍는 일을 하지 않았다. 명지대 정진민(정외과) 교수는 "선거를 투명하게 치르자는 국민 열망을 여야가 힘을 합쳐 뒤집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치자금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선거비용 수입.지출 보고서의 공개 기간'을 늘리자는 개혁안도 좌초했다. 수입.지출보고서가 상시 공개되면 지금보다 감시의 눈이 많아질 것을 우려한 것이다. 납세.체납 증명서의 제출 범위를 축소한 것도 비판 대상이다. 국회는 납세.체납 증명서 제출 대상자 중 후보자의 출가한 딸과 외조부모 등을 제외했다. 또 ▶연체기간 3개월 이하 ▶연체금액 10만원 이하도 증명서 제출 대상에서 뺐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의 이지현 간사는"국회가 납세.체납 증명서의 제출 범위를 축소하고, 공개 요구가 높았던 국민연금.건강보험료에 대해 비공개를 유지한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외면한 처사"라고 말했다.

개정 정당법이 읍.면.동에 당원협의체 구성을 허용한 것도 논란이다. 경실련 측은 "말단 행정구역까지 공식적인 당 기구가 설치되면 현역 의원이 사실상 그 기구를 이끌어 과거 지구당의 폐해가 재연될 수 있다"고 반발한다. 지구당 조직은 '돈 먹는 하마'라는 별칭에서 보듯 음성 정치자금의 가장 큰 수요처로 지목돼 지난해 폐지됐던 것인데 이번에 사실상 부활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런 논란들에 대해 정개특위에 참여했던 한 의원은 "선관위에 계좌추적권을 부여하면 준 사법기관이 될 우려가 제기됐고, 당원협의체는 사실상 존재하는 협의회를 양성화하자고 의견을 모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영수증 발급시한을 연장한 것에 대해 "후원금의 영수증 발급에 손이 너무 많이 간다는 의원들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철희.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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