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파트 분양, 청약 경쟁이 없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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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수십대 1의 아파트 청약 경쟁을 피할 수 있고 시세보다 10~20% 싸게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면? 엉뚱한 소리 같지만 실제로 이런 아파트가 있다. 집이 없는 사람들이 모여 재개발·재건축처럼 조합을 만든 뒤 아파트를 짓는 것이다. 바로 지역주택조합사업이다.

 최근 지역주택조합 아파트가 주목 받고 있다. 전세난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9·1 대책으로 아파트 청약 경쟁률까지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주택조합 조합원이 되면 청약 경쟁을 벌이지 않고도 새 아파트를 분양 받을 수 있다. 최근엔 정부의 잇따른 규제 완화 덕에 사업지가 늘면서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그러나 장점이 많은 만큼 위험도 도사리고 있어 투자 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건설업계와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새로 조합원 모집에 나선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는 전국 1만5700여 가구에 이른다. 지난해(3122가구)에 비해 네 배 가량 늘어난 수치다. 이 중 1만3000여 가구 정도가 현재 조합원을 모집 중이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크게 늘어난 건 정부의 규제 완화 덕분이다. 정부는 9·1 대책을 통해 조합원의 무주택 요건을 완화(전용면적 60㎡ 이하 소유자→전용면적 85㎡ 이하 소유자)했다. 지난 6월엔 주택형 제한을 완화(중소형 100%→중소형 75%)했고, 지난해 8월 조합원 거주요건을 시·군에서 시·도 광역생활권으로 확대했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공공택지 사업을 중단키로 한 만큼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택 수요자가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를 마련하는 방법은 조합원이 되는 것이다. 조합원이 되려면 무주택 요건 등 일정한 자격·거주요건을 갖춰야 한다. 조합원이 되면 대개 주변 시세나 일반분양 물량보다 10~20% 싸게 우선 분양받을 수 있다. 조합이 시행사이므로 시행 마진이 없고 조합원 수가 일정 수준(전체 가구 수의 50%)을 넘으면 나머지 물량을 일반분양해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과 양두석 사무관은 “재개발·재건축과 마찬가지로 일반분양 통해 수익을 낸다면 조합원 부담이 줄어드는 구조”라고 말했다. 재개발·재건축과 비슷하지만 사업절차는 간소해 사업속도가 빠른 편이다.

 하지만 이점이 많은 만큼 지역주택조합의 조합원이 되기 전엔 따져봐야 할 게 적지 않다. 무엇보다 조합원 모집이 잘 되는지, 토지 매입은 제대로 이뤄졌는지 해당 자치단체나 지역 중개업소, 조합 등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토지 매입을 100% 완료한 조합을 선택하는 게 좋다. 양 사무관은 “토지 매입을 못해 사업이 좌초하면 투자비를 날릴 수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반분양을 통해 수익을 내지 못하면 예상치 못한 추가분담금이 생길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주변의 일반 아파트를 분양받는 것보다 못할 수 있으므로, 시공사(아파트 브랜드)나 단지 규모 등 사업성을 따져봐야 한다. 부동산개발회사인 피데스개발 김승배 사장은 “조합의 비리 여부나 시공사의 재정 건전성, 자금 관리의 안전성 등도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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