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위기서 구한 '소리 없이 강한 영웅' 유한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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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이 강한 영웅이 팀을 위기에서 구했다. 유한준(33)이 시원한 홈런포로 넥센의 한국시리즈(KS) 4차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유한준은 8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KS 4차전 첫 타석부터 타점을 올렸다. 1사 3루에서 삼성 선발 마틴으로부터 우익수 쪽 희생플라이를 때려 선제점을 팀에 안겼다. 2-0으로 앞선 2회 말 2사 2·3루 두 번째 타석에서는 대포를 터트렸다. 유한준은 배영수의 시속 132㎞짜리 초구 슬라이더가 가운데로 몰리자 힘껏 방망이를 휘둘렀다. 라인드라이브 타구는 그대로 왼쪽 담장을 넘어갔다. 5점 차를 만드는 의미있는 홈런이었다.

유한준의 달아오른 방망이는 또다시 폭발했다. 7-1로 앞선 7회 1사에서 김현우를 상대로 좌월 솔로포를 날렸다. 3타수 2안타 5타점. 비록 최우수선수(MVP)는 선발 밴헤켄(7이닝 2피안타 1실점)에게 내줬지만 유한준은 올해 포스트시즌 8경기에서 홈런 4개를 뽑아내는 괴력을 발휘했다.
유한준은 넥센에서 주목받는 선수가 아니다. 홈런왕 박병호, 공수겸장의 강정호, 타격기계 서건창에 가려졌다. 하지만 올시즌 시즌 타율 0.316 20홈런 91타점을 올리며 묵묵히 제 몫을 했다. 염경엽 넥센 감독도 "한준이가 3번에 자리를 잡아주면서 (이)택근이가 2번으로 갈 수 있었다. 그러면서 1번부터 7번까지 힘있는 타순이 완성됐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유한준은 "2회 주자 2·3루였고, 다음 타자가 박병호와 강정호였기 때문에 상대가 승부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휘둘렀다"고 말했다. KS에서 타율 0.462의 고감도 타격을 이어가고 있는 그는 "시즌 때 해오던 대로 하고 있다. '내가 꼭 해결을 하겠다'는 마음보다 팀에 좋은 타자가 많기 때문에 기회를 연결하고자 하는 자세로 타석에 임했던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 같다"고 말했다.

조용한 성격의 유한준은 이번 시리즈를 위해 손가락을 하늘로 치켜드는 세리머니까지 제안했다. 그는 "평소 세리머니를 잘 하는 편이 아니지만 단기전은 분위기 싸움이니까 선수들에게 제안했다. 호응도 좋은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4차전 MVP를 차지하지 못한 아쉬움에 대해서는 밴헤켄의 어깨를 어루만지며 "3일 만에 던져 준 우리 팀 에이스가 고맙다. 나는우승을 하고 KS MVP를 받겠다"며 웃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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