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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클랜드 전쟁 이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포클랜드전쟁의 얄궂은 일면은 영국이 평화적으로 내어놓기 위해서 포클랜드 군도를 무력으로 되찾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영국계 주민 1천8백명과 양 60여만 마리가 살고 있을 뿐인 이 군도가 엄청난 희생을 동반하는 전쟁행위를 통해서 탈환할만한 가치가 있는가 라는 문제는 영국이 내세우고 있는 명분론 앞에서는 별로 의미가 없다.
영국은 아르헨티나의 포클랜드군도 점령을 침략으로 규정하고 이 침략행위의 해소, 다시 말하면 포클랜드군도의 원상회복만이 이 군도의 영유권 협상을 재개하는 요지부동한 조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영국이 이와 같이 추상적인 원칙의 고수를 위해서 막대한 현실적 출혈을 감내한 결과는 포트스탠리 시 함락의 임박으로 나타나고 있다. 수도 포트스탠리가 영국의 손에 들어가면 포클랜드분쟁은 물리적인 위돌의 단계에서 협상의 단계로 들어갈 것이다.
전쟁이전과 다른 점은 영국이 아르헨티나의 무력 행위를 성공적으로 응징했다는 유리한 입장에서 협상의 주전권을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그러나 영국과 아르헨티나를 동시에 친구로 하는 나라들은 눈앞에 박두한 포트스탠리 결전을 피해갈 수 있는 두 가지의 가능성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다.
하나는 미국과 유엔이 다시 개입하여 영국을 견제하고 아르헨티나를 설득하여 우선 즉각 휴전을 하고 포클랜드군도의 장래문제를 협상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아르헨티나의 권력의 교체로 새로운 지도층이 등장하여 포클랜드사수의 공약에 구속받지 않는 프리핸드로 영국과의 협상을 재개하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는 포클랜드 전방10㎞까지 밀고 들어간 영국의 승전무드를 진정시키는 일이 그렇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아르헨티나가 경색된 자세를 풀고 협상재개에 신축성을 보인다면 영국으로서도 무력 결전만을 고집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전쟁수단으로 포클랜드군도를 회복할 경우 아르헨티나와의 적대관계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영국으로부터 1만㎞나 떨어진 군도를 지키기가 힘겨운 일임은 분명한 것이다.
아르헨티나를 탈출구 없는 궁지로 몰아붙인다면 아르헨티나 지도층은 협상재개의 신축성을 보이기가 어렵고 아르헨티나는 노골적인 소련경사에서 활로를 찾을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아르헨티나의 포클랜드 무력점령은 국내의 정치·경제위기로부터 국민들의 관심을 밖으로 돌리려는 악의적인 정치적 동기와 영국이 전면적인 반격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오산에서 취해진 행동으로서 어떠한 외교적인 수사를 가지고도 정당화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영국으로서도 마치 대영제국 몰락 이후 2등 국가로 전락한 불만을 포클랜드군도에서 한꺼번에 쏟아 놓으려는 듯한 인상을 주고있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하겠다.
포클랜드열전은 이제 끝난거나 다름없다. 분쟁의 두 당사국은 말할 것도 없고 그들 두 나라를 상대로 많고 적고 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입장에 있는 나라들은 「포클랜드의 일전이후」에 눈을 돌려 협상을 통한 영유권 해결에 노력을 집중시킬 때가 왔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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