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week& cover story 동업] 동업은 미친 짓?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1면


마주 보고 웃어 젖히는 품들이 스스럽지 않다. 베트남 쌀국수집 '포하이산420'의 세 사장. 왼쪽부터 심광웅·김병한·이정환씨다. 이들에게 동업은 '믿음 프로젝트'였단다.

베트남 쌀국수 장사해 볼까
얼굴도 모르던 11명이 뭉쳤다
지지고 볶고 싸우며 남은 건 3명
지금 그들, 잘나간다
서로를 묶은 건 믿음

이미 화석이 돼버린 '평생 직장' 개념. 외환위기 때보다 길고 짙다는 불황의 그늘. '확 때려치우고, 사업이나 해볼까'하는 마음이 하루에도 열두 번은 드는 시절입니다. 그렇지만 말처럼 쉬운 건 아니죠. 쥐꼬리라고는 해도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에 길든 직장인들. 그들에게 인생의 흥망이 달린 사업은 홀로 치르기엔 너무 버거운 싸움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요즘 부쩍 동업을 한다는 이들에게 눈길이 쏠리는 이유가…. 이번 주 Week&은 동업 잘해서 인생이 바뀐 이들을 만나봤습니다. 함께 들여다 보시죠. 그들의 '노하우'를!

서울 반포동 세화고 옆에는 북적대는 베트남 쌀국수집이 있다. 이름은 '포하이산420'. 10평도 못 되는 가게에 사장이 3명이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이정환(48)씨, 박물관 큐레이터 출신 심광웅(32)씨, 그리고 캐나다에서 호텔 매니지먼트를 공부한 김병한(30)씨다. 나이도 경력도 제각각인 이들이 뭉치게 된 사연이 절절하다.

■ 인터넷서 '반려자'를 구하다=시작은 정환씨였다. 건축일을 하면서 간간이 요식업에도 손을 댔다. 그러나 '타율'은 실망스러웠다. 두어 번 시도가 모두 실패했고, 수억 원의 빚만 남았다. 그런 그가 2003년 말 '음식점 창업 식당 차리기(cafe.naver.com/foodshopopen)'라는 인터넷 카페를 열었다. 자신의 쓰디 쓴 경험도 처음 식당을 열려는 이들에겐 약이 될 수 있겠다 싶어서였다.

카페 운영에 전념한 지 1년여 됐을까. 정환씨 눈에 가게 하나가 들어왔다. "파리만 날린다"고 게시판에 푸념을 늘어놓던 한 회원의 샌드위치 가게였다. 구경 삼아 들른 그곳에서 정환씨의 눈이 빛났다.

사업 '아이템'은 몇 년 전부터 점찍어 뒀던 베트남 쌀국수. 우연히 정통 쌀국수를 맛본 뒤 언젠가는 식당을 열겠다는 각오로 베트남을 오가며, 40년 경력의 현지인에게 조리법까지 꼼꼼하게 전수받아 놓은 상태였다. 문제는 투자 부담과 함께 위험 가능성까지 나눠 질 동료, 즉 동업자를 구하는 일이었다. 이씨의 머릿속에는 자연스럽게 카페 회원들이 떠올랐다.

■ '스파이형'부터 '할복형'까지=시솝(사이트 운영자)의 '출사표'는 반향이 컸다. 며칠 만에 무려 회원 30여 명이 동업을 하자고 덤벼들었다. 나름대로 추렸는데도 11명이 남았다. 이 중에는 일이 바빠 투자만 하겠다는 이, 돈을 내고 '투잡스족'으로 일도 하겠다는 이, 돈은 못 내도 몸으로 때우겠다는 이까지 별별 사람이 다 있었다. 언뜻 보기엔 '환상의 복식조'였다.

그러나 막상 이듬해 2월 개업을 목표로 준비에 들어가자 잡음이 나기 시작했다. 어떤 이는 문도 열기 전에 정환씨만 알고 있던 조리비법부터 알려달라고 조르다 거절당하자 떠나버렸다. 따로 국수집을 차릴 꿍꿍이였다. 어떤 이는 갑자기 얼굴을 바꾸고 "당장 투자금을 안 돌려주면 할복하겠다"고 친지들까지 몰고 와 으름장을 놓았다. 다른 확실한 투자처가 생긴 것이다. 황당하게 개업을 며칠 앞두고 "업종을 바꾸자"고 우기다 떠나간 이도 있었다. 물론 능력도 있고 열성도 있지만 동업이라면 덮어놓고 반대하는 가족들 때문에 뜻을 접은 이들도 있었다. 이들에게 '2년 동안 동업을 깰 수 없다'는 계약서는 한낱 종잇장에 불과했다.

■ 동업은'믿음 프로젝트'=그렇게 8명이 떠나갔다. 그러나 광웅씨와 병한씨만은 문을 여는 그날까지 이씨 옆을 지켰다.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까. "(두 동업자가) 자존심이 아주 센 분들이죠. 그런 사람들 사기를 못 쳐요. 그래서 한 배를 탔죠." 광웅씨의 회상이다. 병한씨의 말은 이렇다. "두 분 다 다재다능하시더라고요. 함께 하면 망하진 않겠다 싶었습니다."

11명이 벌이려던 사업을 3명이 감당하기란 어려웠다. 우선 구멍난 예산을 메우느라 동분서주해야 했다. 서빙까지 직접 하려던 계획을 접고, 종업원도 써야 했다. 게다가 호감이 있다고 해도 안 지 얼마 안 된 사람들이니 의견 충돌도 생겼다. 전단지 디자인 하나를 놓고도 "품위있게 해야 한다" "튀어야 한다"며 말씨름을 했을 정도. 그러나 이런 다툼 속에서도 이들은 서로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는 않았다. 악조건 속에서 가게가 빠르게 틀을 잡을 수 있었던 유일한 이유였다.

이제 개업 5개월째. 병한씨가 전공을 살려 지점장을 맡고 있는 가게는 평일 매출 50만원은 거뜬할 정도로 성공을 거뒀다. 정환씨와 광웅씨는 소문을 듣고 몰려온 사람들을 상대로 프랜차이즈 사업에 눈을 돌렸다. 이미 명동에 2호점을 냈고, 조만간 종로에 3호점도 생긴단다. 크진 않지만, 빠르고 탄탄한 성공. 두 젊은 동업자들에게 공을 돌리는 병한씨는 동업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지난 기간을 되돌아 보면 완전히 '믿음 프로젝트'였다니까요. 서로에 대한 믿음과 성공에 대한 확신이 없었으면 안 될 일이었죠. 그래서 셋이 모이면 이런 얘기도 해요. '요즘 세상에 이런 믿음이 살아 있다니, 완전히 신문에 날 일 아니냐'라고."(웃음)

글=남궁욱 기자<periodista@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이렇게 하면 당신도 성공 10

(1) 한번 믿기로 했다면 의심하지 마라

(2) 주변의 경험에 귀를 기울여라

(3) 각자 할 일을 정확하게 나눠라

(4) 약속은 늘 문서로 만들어라

(5) 미주알 고주알 자주 대화하라

(6) 늘 상대방을 배려하라

(7) 각자 전문 분야를 발전시켜 나가라

(8) 번 돈은 정확하게 나눠라

(9) 유지가 어렵다면 현명하게 갈라서라

(10) 헤어져도 관계를 끊지는 마라

도움말=동업넷(www.dongup.net) 장명진 대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