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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이의 한 방, 판을 뒤집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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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삼성 박한이는 역시 큰 경기에 강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 박한이는 1-1로 팽팽히 맞선 9회 초 넥센 한현희의 직구를 받아쳐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역전 투런 홈런을 터뜨렸다. 사진은 홈런을 터뜨린 뒤 두 손을 쥐고 환호하는 박한이. [뉴스1]

삼성이 프로야구 한국시리즈(KS·7전4승제) 3차전에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삼성은 7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3차전에서 9회 초 터진 박한이의 투런 홈런에 힘입어 3-1로 역전승을 거뒀다. 2승1패를 기록한 삼성은 2011년부터 4년 연속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반면 빠른 투수교체로 승부수를 걸었던 넥센은 1-0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무너지면서 남은 경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 몰렸다.

 선발 대진을 보면 삼성이 절대 유리한 승부였다. 삼성 장원삼은 ‘에이스급 3선발’로 정규시즌 11승5패 평균자책점 4.11을 기록했다. KS 경험이 많은 데다 정규시즌에서 넥센에 2승1패 평균자책점 2.70으로 강했다.

 넥센 선발 오재영은 정규시즌 때 5승6패, 평균자책점 6.45에 그쳤다. 게다가 올 시즌 삼성전 성적은 1패 평균자책점 27.00(4이닝 12자책점)으로 최악이었다. KS 3차전 선발은 삼성의 강점이었고, 넥센의 고민이었다.

 이날 경기는 두 감독의 스타일이 그대로 묻어났다. 2010년 말 부임하자마자 3년 연속 통합우승을 이끈 류중일(51) 삼성 감독은 승부의 큰 흐름을 유지한 채 기다렸다. 반면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올라온 염경엽(46) 넥센 감독은 ‘염갈량(염경엽+제갈량)’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고비마다 승부수를 던졌다.

 오재영을 낸 것부터 모험이었다. 현대 시절이었던 2004년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5차전 승리투수였던 오재영은 마치 10년 전처럼 씩씩하게 던졌다. 강타선에 주눅 들지 않고 스트라이크존 좌우를 찌르며 5이닝 2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넥센이 5회 말 로티노의 솔로홈런으로 1-0으로 앞서자 염 감독은 6회 초 필승불펜 조상우를 투입했다. 오재영의 투구수가 84개에 불과해 한 이닝을 더 맡길 수도 있었지만 염 감독은 한 박자 빠른 투수 교체로 상대의 호흡을 일찌감치 끊었다. 7회 1사 1루에서 마무리 손승락을 조기 등판시키며 두 번째 카드를 던졌다. 여기까지는 완벽하게 염 감독의 우세였다. 반면 삼성의 류 감독은 침착하게 때를 기다렸다. 상대의 성적과 상관 없이 7회 1사까지 장원삼을 던지게 한 뒤 안지만을 올렸다. 그리고 8회 초, 류 감독도 움직였다. 1사에서 삼성 최형우가 안타를 치자 대주자 박해민으로 바꿨다. 연장전에 들어가더라도 최형우를 포기하고 기동력을 살리겠다는 복안이었다.

 박석민이 손승락에게 삼진을 당했으나 후속타자 이승엽이 때린 플라이가 묘하게 떴다. 유격수 강정호는 스타트를 끊지 못했고, 2루수 서건창과 중견수 이택근 사이에 타구가 떨어졌다. 발 빠른 박해민은 단숨에 홈까지 파고들어 동점에 성공했다.

 염 감독 계산대로 착착 풀리던 경기가 실책성 플레이(기록상 중전안타) 하나로 흐름이 바뀌었다. 투수력을 아껴둔 삼성은 침착하게 넥센이 흔들리는 순간을 노렸다. 손승락이 1-1이던 9회 초 2사에 물러나고 한현희가 등판했다. 한현희는 첫 타자 나바로에게 볼넷을 내준 뒤 박한이에게 풀카운트 승부 끝에 투런포를 맞았다. 9회 말 등판한 삼성 마무리 임창용은 1이닝을 무피안타 무실점으로 막고, 해태 시절이었던 1997년 10월23일 LG와의 KS 4차전 이후 17년 14일(6224일) 만에 KS 세이브를 올렸다. 역대 포스트시즌 최고령(38세 5개월 3일) 세이브 기록이기도 했다.

 삼성은 삼성답게, 넥센은 넥센답게 싸웠으나 행운은 삼성의 편이었다. KS 4차전은 8일 오후 2시에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삼성은 마틴을, 넥센은 1차전에 등판했던 에이스 밴헤켄을 다시 등판시킨다.

김식·박소영 기자

감독의 말

▶염경엽 넥센 감독=“의외의 투수전이었다. 1-0으로 앞선 상황에서 끝내고 싶었다. 그게 안 되면서 흐름을 내줬다. 오늘 (불펜) 투수를 다 썼는 데도 얻는 것이 없어 속상하다. (8회 이승엽의 타구가 안타가 된 건) 수비수들 잘못이 아니라 나와 코치의 책임이다. 2사 1루에서는 외야수들이 깊은 수비를 한다. 그런 상황(뒤로 뜨는 공에 대처하라는)을 전달했어야 하는데 벤치가 못했다.”

▶류중일 삼성 감독=초반 승기를 잡지 못해 어려운 경기를 했다. 장원삼이 오랜만에 (포수) 진갑용과 호흡을 맞췄는데 잘 던졌다. 베테랑답게 진갑용의 투수리드가 좋았다. 무엇보다 8회 이승엽의 빗맞은 타구가 행운의 안타가 됐고, 분위기가 우리 쪽으로 넘어왔다. (결승 2점홈런을 친) 박한이는 역시 큰 경기에 강하다. 방심하지 않고 내일 경기에 집중할 것이다. 단기전은 투수력 싸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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