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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전력 송전 발표 이후] 남한이 낸 10억 달러 날릴 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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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 북한 금호지구 경수로 현장의 최근 모습. 왼편 1호기는 원자로가 들어갈 콘크리트 격납고 공사가 20m가량 올라가다 중단됐다. 철근의 붉은 녹이 2년 가까운 공사 중단 상황을 잘 보여준다. [한국전력 제공]

동해안에 위치한 함경남도 금호지구(신포시 일대)의 경수로 건설현장에는 중장비 41대를 비롯한 남측 건설장비가 2년 가까이 볼모로 잡혀 있다. 북핵 개발 의혹으로 2003년 12월 일시 공사 중단에 들어간 데 반발한 북한 당국이 장비 반출을 막고 나섰기 때문이다.

원자로가 들어갈 돔형 콘크리트 건물도 20m 높이까지 올라가다 멈췄다. 한때 한국 500명, 북한 100명, 우즈베키스탄 200명 등 800명의 근로자로 북적대던 현장에 한국 근로자와 금호사업소(KOK) 직원 등 125명만 남았다. 현장 경비와 함께 시설.장비가 녹슬지 않도록 유지 보수를 위해 남은 사람들이다. 대북 직접 송전을 골자로 한 '중대 제안' 발표를 위성TV로 접한 현지 관계자들은 "공사가 중단되는 것 아니냐"며 술렁이는 등 분위기가 더욱 얼어붙었다는 게 13일 정부 당국자의 귀띔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13일 경수로와 관련, "(폐기보다는)일단 동결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라고 했다. 장선섭 경수로기획단장도 "정부가 중대 제안을 설명한 것뿐으로, 6자회담에 나가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그렇지만 대북 직접 송전에 대한 정부의 의지로 볼 때 경수로 사업의 중단이 가시화될 공산이 크다. 송전의 성사 여부와 별도로 미.일의 경수로 폐기론에 맞서왔던 우리 정부마저 발을 빼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46억 달러의 예상 사업비 가운데 이미 들어간 15억2000만 달러의 회수는 사실상 어려워진다. 한국이 공사비의 70%를 부담하므로 그만큼의 비율로 손해본다. 본래 공사 완료 뒤 북한이 20년 동안 건설비를 갚게 돼 있지만 공사 중단에 대해 북한이 책임질 리 없기 때문이다. 현대건설 등 4개 컨소시엄과 34개 하도급업체 등에 대한 보상 문제 같은 후유증도 나타날 수 있다. 공사 중단에 따른 추가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이대로 중단되면 경수로 부지는 한반도 최대의 흉물로 남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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