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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웃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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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환자의 병명은 강직성 척추염이었다. 경추(목뼈)와 요추(허리뼈)가 달라붙어 몸이 로봇처럼 뻣뻣해지는 병이다. 한번 걸리면 잘 낫지 않는 병이다. 환자의 상태는 갈수록 나빠졌다. 팔다리는 마비되고 있었다. 통증이 심해져 잠을 자기 어려웠다. 그에겐 희망이 없어 보였다. 그런 그가 어느 날 병실의 TV에서 코미디 영화를 봤다. 너무 우스워 정신없이 웃었다. 아픈 줄 몰랐다. 그는 깨달았다. '웃음이 묘약'이라고. 그래서 코미디 프로그램을 열심히 봤다. 간호사에겐 유머 책을 읽어 달라 했다. 웃음치료로 환자는 건강을 회복했다. 의학전문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1976년 12월호)에 나오는 얘기다.

당시 의학계는 이 사례를 주목했다. 웃음의 약효를 잘 몰랐기 때문이다. 1998년 스위스 바젤에서는 '웃음요법에 관한 국제학술회의'가 열렸다. 여기선 "웃을 때 통증을 없애주는 호르몬(엔도르핀)이 다량 분비된다" "웃음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혈액순환을 촉진한다"는 등의 내용이 발표됐다. 미국 인디애나주 볼 메모리 병원의 연구 결과도 비슷하다. 웃음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즐의 양을 줄여준다는 것이다. "하루에 15초를 웃으면 이틀을 더 산다"고 병원 측은 주장했다.

미 존스홉킨스 병원이 환자들에게 나눠주는 '정신건강'이라는 책자엔 이런 말이 적혀 있다고 한다. "웃음은 몸 안의 조깅(internal jogging)이다." 웃음이 체내에 주는 효과가 크다는 뜻이다. 미국 웃음요법협회에 따르면 "웃음은 몸에 들어간 병균을 공격하는 킬러 백혈구의 생성을 촉진한다"고 한다. 그래서 웃음이 암을 치료하는 데에도 효험이 있다고 한다.

12일 새벽 남북 경제협력추진위 회의를 마친 양측 대표단의 활짝 웃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남북 당국자들에게서 그처럼 밝은 웃음이 나온 게 얼마 만인가. 경협은 큰 고비를 넘겼다. 남북 간 스트레스의 일부가 풀린 것이다. 문제는 북핵이다. 6자회담에서도 북한 대표단의 명랑한 웃음을 볼 수 있을까. 그건 북의 태도에 달렸다. 셰익스피어는 "웃음이 1000가지의 해로움을 막아준다"고 했다. 북한이 음미해볼 만한 말이다.

이상일 국제뉴스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