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기 KT배 왕위전' 함몰된 이창호의 대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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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제39기 KT배 왕위전'
제10보(136~149)
● . 옥득진 2단 ○.이창호 9단

대마 사활이 패일 경우 흑에는 A쪽에 3개의 팻감이 있지만 백에는 136 쪽에 더 많은 팻감이 있다. 이것이 백의 희망이었다.

그런데 옥득진 2단은 전보 흑▲로 빠졌고 검토실에선 다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이창호 9단도 직감적으로 사태를 알아차렸다. 136이라는 귀중한 팻감을 낭비(?)한 것은 옥 2단이 패가 아니고 수상전을 하려는 것임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143으로 뒷수를 조여 드디어 수상전이 시작됐다. 초읽기 속에서 펼쳐지는 숨막히는 대마 수상전.

그러나 사태는 너무도 간단히 종료됐다. 145(흑⊙의 곳)로 먹여치고 147, 149로 조여 들어가자 이 9단이 돌을 던진 것이다. 백이 고전이라고 하지만 이창호라는 거인이 설마 옥득진이란 무명 애송이(?)에게 지랴 싶었던 것이 검토실 프로기사들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런데 이창호가 진짜 져 버렸다!

백이 계속 둔다면 '참고도1'의 수순이 된다. 문제는 흑8로 따냈을 때 백은 9로 받을 여유가 없다는 것. 그건 '참고도2'처럼 패도 안 나고 잡힌다. 따라서 백은 팻감이 마냥 필요하고 흑은 외곽을 메우는 게 모두 팻감이다. 유가무가(有家無家) 불상전(不相戰)이란 말이 도전기에서 재현되고 말았다.

이 모든 수순을 일찍부터 읽어 둔 옥득진의 수읽기는 실로 대단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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