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3)약|잘 쓰면 약 못 쓰면 독(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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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작년 초 국내에서 약국이 국민보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86%의 사람이 「병이 생겼을 때 약국을 먼저 찾는다」고 대답했다. 약국을 먼저 찾는 이유는 「이용이 간편하다」가 69.3%, 「의료비가 싸다」가 29%로 한마디로 말하면 손쉽고 값싸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약을 살 때 약에 대한 정보(지식)를 얻는 방법은 신문이나 TV가 60.2%를 차지, 광고가 의약지식에 큰 비중을 갖는다는 것도 밝혀졌다.
사실상 우리나라는 「약의 천국」이라는 얘기를 가끔 듣는다. 아무나 손쉽게 약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전문인의 조언없이 자가처방을 통해 매약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어떤 질병, 어느 부위에 쓸 것인지는 밝히지 않고 어느 약품명을 들어 꼭 그것을 달라는 요구는 아무리 소비자가 왕인 소비사회라도 한번쯤 생각해 볼만한 문제다.
의·약학의 발달로 인해 많은 신약이 개발되고 그 때문에 고통받던 환자들이 혜택을 받아 생명을 구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의약품으로 인해 생기는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 즉 약품에 대한 장애가 생기는 것 또한 오늘날의 실정이다.
오래된 일이지만 구미 각국에서 최면제, 또는 임신부의 입덧에 좋다고 알려져 널리 쓰이던 탈리드마이드가 결국에는 기형아를 만든다는 것이 입증되어 자취를 감췄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설사를 멈추게 하는 키노포름이 스몬병을 초래, 기형과 난치병 환자를 양산(?)했다.
또 이런 약화가 계기가 되어 의약품 안전성에 대한 인식이 급격히 높아지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의약품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질병, 또는 증상을 치료하는 것과 장차 일어날 지도 모르는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쓰이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전자를 치료약이라고 하고 후자를 보통 보건약, 혹은 예방약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혈액 중에 콜레스테롤치가 높다는 것 자체는 병이 아니지만 이같은 상태가 계속되면 동맥경화를 일으키기 쉽다고 알려져 있다. 동맥경화는 고혈압·뇌출혈·심근경색 등의 원인이 되므로 콜레스테롤 강하제를 쓸 경우 예방약이 된다.
급격히 혈압이 상승한 환자에게 혈압강하제를 써서 혈압을 내리게 되면 이는 치료약이 된다.
같은 혈압강하제라도 본태성 고혈압증을 가진 사람에게 지속적으로 사용, 뇌·심장·신장 등 합병증의 위험을 줄일 때는 보건약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목적의 약이든지 약은 잘 쓰면 몸에 이롭지만 잘못쓰면 오히려 독이 된다. 앞에 든 예처럼 어떤 약에 대한 평가는 앞으로 바뀔 수가 있지만 현재에서라도 그 약에 대해 잘 아는 약사·의사와 상의하여 쓰는 것이 가장 평범한 얘기면서도 진리다.
김신근 박사 약력
▲서울대 약대졸(53년) ▲서울대 약대 교수(53년∼현재) ▲서울대 약학박사(69년) ▲전 한국약제학회장(7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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