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스타일 'It bag'은 명품 백이 아닌 에코백이라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유행에 민감한 이들은 일회용 커피잔 대신 투명 텀블러를 들고 다닙니다. 일반 제품보다 훨씬 감각적인 업사이클링 제품들이 등장하는 요즘, 친환경적 소비는 더 이상 욕망을 자제하며 해야 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좋아하는 디자인을 고르는 것만으로도 실천 가능한 일이 되었습니다. 이에 쇼핑을 하면서 지구환경도 지키고, 자신이 좋아하는 디자인을 맘껏 누리는 에코 쇼퍼를 만났습니다.
롱 라이프 디자인에 주목하다
편집숍 '오프젝트' 대표 유세미나
『노 임팩트 맨』의 저자 콜린 베번은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고 살아남기 위한 1년간의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뉴욕 한복판에 살면서 세탁기, 냉장고 등 모든 생활가전의 사용과 대중교통의 이용을 중단하고 심지어 화장실 휴지 사용까지 금한다.
쇼핑광인 그의 아내는 1년간 중고용품 외의 그 어떤 쇼핑도 할 수 없게 된다. 이쯤 되면 지구와 친해지는 삶이란 문명의 이기를 모두 포기해야만 이룰 수 있는 고행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과연 환경을 위한 일이 이토록 극단적인 절제와 불편함을 감수해야만 가능한 일일까.
편집숍 ‘오브젝트’의 유세미나 대표는 ‘현명한 소비’만으로도 얼마든지 친환경적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옷을 만들어 파는 일을 한 적이 있어요. 유행이 끝남과 동시에 수명을 다하는 제품들, 티도 안 나는 작은 올 하나 때문에 주인을 찾지도 못하고 버려지는 옷들과 자투리 천을 보며 우리가 얼마나 많은 물건을 무분별하게 소비하고 있는지를 깨달았어요.”
그녀가 찾은 ‘친환경적인 소비’의 해답은 두 가지. 애초에 오래 쓸 수 있는 물건을 구입하여 사물의 수명을 늘리는 것과 환경에 최소한의 영향을 주는 친환경 제품, 이미 수명이 다한 물건에 새 숨을 불어넣은 업사이클링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다.
“쇼핑할 때 가장 먼저 던지는 질문이 ‘할머니가 될 때까지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인가’예요. 그러려면 디자인은 심플해야 하고, 오랫동안 소장하고 싶을 만큼 아름다워야 하죠.“ 착한 철학을 뛰어넘어 스타일리시한 디자인의 친환경 제품에 탐닉하게 된 것은 이 때문이다.
“프라이탁이 그 시작이 아니었나 해요. 폐현수막을 재활용해서 만든 가방이라는 것은 모르고, 그냥 디자인이 무척 신선하고 예뻐서 국내에 들어오기도 전부터 사용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브랜드 스토리를 알고 나니 그 물건에 더 애착을 갖게 되더라고요.” 이러한 소비 철학을 공유한 솜씨 있는 디자이너들의 물건을 파는 편집숍, ‘오브젝트’를 열게 된 것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현명한 소비’에 관심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모두가 환경운동가가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친환경 쇼핑에 대해 보다 많은 선택권을 가질 수 있도록 더 많은 셀러들을 발굴하고, 이런 쇼핑 철학을 함께 공유하는 쇼퍼들이 늘어나도록 돕는 것, 그것이 제가 할 수 있는 환경운동이라고 생각하니까요”
Eco Shopping List
1 즐김 패브릭 가방 석유나 석탄 등을 원료로 하는 합성섬유나 생분해가 어려운 비닐 소재 등을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소재인 크래프트 패브릭으로 만든 가방. 가죽 질감이 나는 종이 섬유로 가볍고 물에 닿아도 찢어지지 않는다. 토트백 7만8천원, 클러치 2만1천원. 오브젝트 판매. www.insideobject.com
2 쿠칭아일랜드 키친 클로스 유기농으로 재배한 면화를 코코넛 껍데기, 쪽, 잭푸르트 등의 천연 재료로 염색했다. 라오스 주민들이 직접 물레를 돌려 베틀로 직조한 패브릭으로 표백제 등의 화학 성분을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www.kuchingisland.com
3 막시무스 종이 노트 스리랑카의 사회적 기업인 ‘막시무스’에서 야생의 코끼리 똥으로 만든 제품. 표백제나 화학약품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수입금의 일부는 코끼리 고아원으로 기부된다. 공정무역가게 울림에서 판매. www.fairtradekorea.com
4 에코소울라이프 테이블웨어 옥수수녹말, 대나무와 왕겨 등의 100% 식물 성분으로 만든 테이블웨어. 땅속에 묻으면 2년간의 생분해 과정을 거쳐 완전히 사라진다. 호주에서 탄생한 브랜드로 가볍고 스타일리시해 최근 캠퍼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이다. www.ecosoulife.co.kr
5 로맨티크 제이 캔들 자연 추출 에센셜 오일과 100% 천연 왁스를 사용한 오더메이드 캔들. 첫 구매 가격의 60%만 지불하면 리필 구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사용하고 난 글라스와 틴 케이스를 버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재사용할 수 있다. 오브젝트 판매. www.insideobject.com
6 갓, 러브, 디자인의 주얼리 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한 젊은 디자이너 부부가 만든 업사이클링 브랜드. 유행이 지나 버려지거나 고장 난 시계의 무브먼트, 카메라 부품, 버려진 책 등을 이용하여 만든 반지, 목걸이, 팔찌 등의 주얼리와 조명을 선보인다. www.godlovedesign.com
기획=오영제, 최선아 레몬트리 기자, 김현명, 길영은(프리랜서)
사진=김잔듸(516 Stu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