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무기 포기 땐 남 전력 200만㎾ 공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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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북한이 핵 폐기에 합의할 경우 남한에서 생산한 200만㎾ 규모의 전력을 북한에 송전 방식으로 제공하기로 했다고 정동영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 겸 통일부 장관이 12일 밝혔다.

정부는 이날 노무현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 직후 4차 6자회담을 실질적으로 진전시키기 위해 마련한 이 같은 내용의 '대북 중대 제안'을 공개했다.

정 장관은 "이달 말 6자회담에서 북측이 핵 폐기에 합의하면 그간의 경수로 사업 종료를 요구하는 관련국의 입장에 우리 정부가 동의하는 대신 200만㎾ 전력을 우리가 직접 제공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6자회담의 핵 폐기 합의문이 발표되면 동시에 남북 간 대화를 갖고 경기도 양주와 평양 간 직접 송전 선로 건설 협의에 착수할 계획"이라며 "3년 이내에 북핵 폐기와 함께 송전으로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북 송전이 실제로 실시되는 시점은 북핵 폐기가 이행되는 시점"이라며 "구체적으로 언제, 무엇을 어떤 수준에서 폐기하고 검증할 것인지는 6자회담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지난 2월 핵무기 보유 및 6자회담 무기한 중단 선언을 한 직후 이 같은 방안을 마련했다"며 "(대북 전력 공급이) 중대 제안의 핵심이자 전부"라고 했다.

대북 전력 공급의 재원과 관련, 정 장관은 "북한 신포의 경수로 건설이 2년째 중단 상태"라며 "이 사업이 재개될 경우 잔여비용 35억 달러 가운데 우리가 추가 부담해야 할 24억 달러의 범위 내에서 전력 제공을 위한 핵심 송전로와 변환 설비 건설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정부의 추가 부담없이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이라며 "향후 10여 년간 전력 수급 상황을 검토한 결과 2008년 이후부터 대북 전력 제공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이 같은 제안을 경청한 뒤 답변을 주겠다고 했다"며 "현재까지 북측이 입장을 통보해오지는 않았으나 성실성.유용성을 갖고 북측과 계속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일 체니 미 부통령과 라이스 국무장관 등에게 이 문제를 환기했으며, 미측은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들었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북한은 첫째로 미국과의 국교 정상화를 희망하고 있고, 그 안에는 체제안전보장이 들어 있다"며 "이 두 가지 문제는 앞으로 6자회담 테이블에서 관계국과 진지하게 협의해 평화적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날 오후 방한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반기문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중대 제안은 아주 창의적이고,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도 매우 유익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긍정적인 안"이라고 평가했다고 회담에 참석했던 외교부의 한 당국자가 밝혔다.

이 당국자는 "양국 외교장관은 앞으로 있을 6자회담 안에서 중대 제안을 어떻게 활용하고, 이 제안을 기존의 제안들과 어떻게 조화시켜 나갈 것인지에 대해서도 심도있게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최훈.강주안 기자

200만㎾ 전력 규모는

200만㎾는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소 중 가장 큰 울진 4호기 2기의 설비 용량에 해당한다.

설비 용량이란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총 능력을 말하는 것으로 200만㎾ 용량의 발전소를 하루 종일 가동하면 4800만㎾h를 생산할 수 있다. 이는 인구 260만에 80만 가구인 인천 정도의 도시 전체가 필요로 하는 전기를 충당할 수 있는 규모다. 설비 용량 12만㎾인 팔당수력발전소 16.6개와 맞먹는 양이기도 하다. 현재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소의 총 설비 용량은 20기에 1772만㎾다.

북한에 200만㎾를 준다면 국내 원자력 발전 설비 용량의 약 9분의 1을 주는 셈이다. 원자력 발전은 현재 우리나라의 총 소비 전력의 40%를 충당하고 있다. 원자력 발전소 2기를 지으려면 5조~6조원이 들며 건설 기간만도 6년 정도 걸린다. 여기에서 생산하는 전기를 팔 경우 연간 약 7000억원을 벌 수 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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