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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살리자" 전직원 안간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장 여인 사건에 휘말려 많은 기업들이 휘청거리고 있다.
그러나 검찰의 사건전모 발표와 개각 등을 고비로·공영토건·일신제강·삼익주택·(주)라이프 등 관련업체는 응급치유와 후유증 수습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장 여인 파동의 중심권에든 6개 기업의 현황을 알아본다.

<공영토건>
이번 사건으로 상처가 가장 깊고 사장·감사·상무가 줄줄이 구속되어 초상집 같은 분위기다.
그러나 회사만은 살리려고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21일에는 경부가 재무부와 주거래은행으로 하여금 자금지원을 계속토록 조치하고 우재구 현 사장을 법정관리인으로 선임키로 하는 등 구체적인 갱생대책을 마련했다. 사건발생 후 일손이 안 잡히고 불안해하던 사람들도 차차 안정을 되찾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정부가 회사를 버리지나 않을까, 사장을 전혀 다른 사람으로 바꿔치지나 않을까 하는 것이 사원들의 걱정이었다.
우 사장은 취임 후 안팎으로 사태수습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사원들에게는『회사를 살리는 것이 내가 사는 길이고 사회에 속죄하는 길이다』며 비장한 각오이고 해외공사장에는 『공영은 파산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리기에 온힘을 쏟고있다.
사건이 일어나고부터 공영의 임·직원은 출근시간을 1시간 앞당기고 퇴근시간은 1시간 늦추는 등 비상근무를 계속하고 있다.

<일신제강>
노조를 중심으로 사원들은 자치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회사의 정상 재 가동과 직장보장, 회사의 법정관리 등을 요구하는 호소문·건의서 등을 각계에 냈다. 주창균 회장·배길동 사장이 구속되면서부터는 남은 임원들로 재건 대책위원회를 구성, 정인보 부사장을 사장 직무대리로 선임하고 대책을 협의하는 한편 주 회장과 배 사장의 석방을 탄원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사원들은『우리 회장과 사장이 무슨 죄가 있느냐』는 반응. 주 회장은 평소의 검소한 생활로 사원들의 신망을 받고 있었다는 것이 사원들의 중론이다.
22일 현재까지도 일신의 전직원들은 사무실과 공장에 정상 출근, 출근부에 꼬박꼬박 도장을 찍고 있다. 공장에선 쉬고 있는 기계들을 손보고 사무실에선 밀린 업무를 정리하는 등 일감을 만들어 손을 쉬지 않고 있다.
당장 급한 문제는 오는 25일의 사무직원 봉급과 6월7일의 생산직 사원봉급 4억9천여만원 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하는 것.
종업원들은 빨리 새로운 인수자가 결정돼 공장이 다시 돌아가기만을 바라고 있으나 인수자가 결정되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릴 듯.

<(주) 라이프>
초기의 충격에서 벗어나 차차 정상을 되찾고 있다.
조내벽 회장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금년도 매출액목표를 당초 1조원에서 오히려 l조2천억쯤으로 늘리자고 사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해외수주를 늘리고 아파트 미수금을 빨리 받으며, 아파트를 조기분양 한다는 방침이다.
회사측은 현재 시공중인 해외건설 6억 달러 이외에 2억 달러 어치를 금명간 계약할 단계에 이르렀다고 밝히고 있으며 추가수주를 위해 3개의 특별 수주반을 곧 내보내기로 했다.
기존의 분양아파트 1천5백가구의 미수금 4백억원을 수금하기 위해 분양자들에게 편지를 보내 중도금을 빨리 내줄 것을 통사정하고 있다. 또 6월 상반기 중에 서울 4곳에 1천 92가구 분의 아파트를 분양할 예정이다.
삼익주택
『아파트건설 선두주자의 명예를 되찾자.』-사전이 터지자 이종연 회장은 전사원을 모아놓고 해명을 겸해 일장연설을 했다. 임원들은 국내 각 사업장을 돌며 분위기를 잡느라 바쁘고 약 l천여명의 근로자가 나가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해외공사 현장에서도 현지 임원들을 통해 삼익의 피해(50억원)가「별것아님」을 알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때마침 지난 3월 다 지어놓고 까다로운 준공검사 트집으로 공사대금 1천만 달러가 물려있던 사우디아라비아의 킹파이잘대학건이 최근 타결돼 한숨 돌린 듯한 표정.
이 회장은 나름대로 주거래 은행인 제일은을『어려울때 도와주는 것이 진짜 친구 아니냐』고 설득,「상당한 액수」의 지원을 약속 받았다한다.
삼익은 또 앞으로 서울 영동 등 인기있는 지역의 아파트·고급연립주택 건설에 주력, 분 양율을 높여 자금회전을 빨리 하고 국내 수주공사의 미수금을 받아내는데 힘쓰는 한편 차제에 건설현장에서부터 사무실에 이르기까지 헤픈 돈이 나가지 않도록 업무를 개선해가고 있다. 또 올해 안에 분양될 아파트 l천9백39가구에도 큰 기대를 걸고있다.

<해태>
30억원이 물렸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전국 대리점에서 문의전화가 빗발쳐 본사직원들은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장 여인 사건이 터진 이후 박건배 사장이 단자회사 중역실을 문턱이 닳도록 드나드는 것이 목격돼 주목을 끌기도.

<태양금속>
이번 사건에「관계」만 있었을 뿐 실제 아무런「피해」도 없었으므로 별다른 수습책도 세울 필요가 없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회사 임원들도 사건이 보도되면서 한차례 조회를 통해 사원들에게 실상을 해명하는 것으로 그쳤다.
한 간부는『괜한 구설수에 오른 이번 사건에서 빨리 태양금속이라는 이름이 사라지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수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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