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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치훈-고바야시「본인방」걸고 숙명의 대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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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조치훈 본인방의 1차 방어전이 26일부터 장장 두 달 동안에 걸쳐 일본전국을 누비며 전개된다. 도전자는 같은 「기따니」 문하의 동문인 야심만만한 「고바야시」(29) 9단.
조치훈 9단은 일본바둑계의 최고타이틀인 명인과 본인방, 그리고 7대 타이틀의 하나인 십단을 보유하고 있는 3관왕이다. 명실공히 최정상의 실력자다. 이에 비해「고바야시」9단은 아직 큰 타이틀은 한번도 손에 쥐어보지 못한 중견이다. 외견상으로만 보면 조본인방의 1차 방어전은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일전에 거는 두 나라 바둑계의 관심은 놀라울 정도로 대단하다.
조치훈을 꺾을 수 있는 기사로는 「고바야시」이외에는 아무도 없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고바야시」는 조치훈에게는 이를테면 천적이다. 68년이래 지난 81년까지 13년 동안 두 사람은 모두 21번 싸웠다. 조의 전적은 6승 l5패.
조는 「고바야시」보다 「기따니」도장 1년 선배이다. 그러나 입단은 「고바야시」가 1년 빨랐다. 그리고 이후 「고바야시」는 언제나 조보다 l, 2년 앞서 승단 했고 9단도 먼저 땄다.
조치훈은 작년의 본인방 도전자 결정리그에서 처음으로 7전 전승을 기록, 그 여세를 몰아 끝내 본인방 타이틀을 따냈다. 「고바야시」도 금년 리그에서 똑같이 7전 전승을 기록, 욱일승천의 기세다.
올 들어 두 기사의 기세도 거의 같은 좋은 컨디션이다. 조가 8승2패로 승률 8할을 기록하고 있는데 비해 「고바야시」도 18승5패로 승률 7할8푼3리. 둘 다 모두 발군의 성적을 거두고 있고 기세도 대단하다.
그래서 일본 바둑계는 이번 조-「고바야시」전을 「숙명의 동문대결」 「숙명의 라이벌 전」등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아무도 섣불리 그 결과를 점치지 않고 있다. 일본 기원이사장인 노장 「사까따」 9단은 『둘 다 내가 좋아하는 기사이기 때문에 점치고 싶지 않다. 재미있는 승부가 될 것은 틀림없다』고 조심스런 논평이다.
그는 제 1국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닐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그러나 서로 1승1패를 거듭하면서 7번 승부까지 가지 않겠느냐는 전망이다.
일본아마추어 바둑 제 l인자인 「무라까미」 아마 본인방도 전망은 「사까다」와 같다.
그는『과거의 전적은 문제가 안 된다. 일방적인 승부는 없을 것』이라고 감히 장담하고 있다.
일본기계의 이 같은 대단한 관심과는 대조적으로 두 기사의 임전태세는 비교적 담담한 것 같다. 「고바야시」9단은 주최측인 마이니찌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조는 이미 제 1인자이다. 나로서는 내용 있는 바둑을 여러분에게 보이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조와의 전적이 압도적이지 않느냐는 질문에 『진 것보다는 낫겠지만 과거의 전적은 아무 소용이 없다』면서 새로운 각오로 대국하겠다는 만만찮은 태세다.
조치훈도 지금까지의 페이스에서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라이벌이라고 하지만 과거 전적을 보면 내가 너무 많이 졌다. 라이벌이라는 의식보다 배우는 마음가짐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담담해했다.
이번 본인방 타이틀 방어전은 조치훈에게는 일본바둑계 왕좌의 자리를 굳건히 굳히느냐 못하느냐 하는 중요한 고비가 될 것만은 틀림없다. <김두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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