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민들의 심금울린 '흰 마스크' 주인공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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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런던 시내 알드케이트 지하철역에서 폭탄폭발로 부상한 한 여인이 도움을 받고 있다(AFP=연합뉴스), 아래 작은사진은 '흰 마스크 여인'의 부상전 모습.(AP=연합뉴스)

“마스크 속에 가려진 주인공은 대체 누구일까” 8일 일간 더 타임스를 비롯한 전 세계 주요 언론은 AP 통신이 전송한 한 사진을 1면에 대문짝만 하게 실었다.

런던 폭탄 테러 당일 불구덩이로 변한 에지웨어 로드 지하철역에서 맨발로 걸어나와 대피를 하는 한 여성을 찍은 장면이었다. 그는 얼굴에 심한 화상을 입고 흰색의 안면 보호천을 뒤집어 쓴채 한 남자의 부축을 받고 있었다.

당시의 긴박하고 처절한 상황을 압축적으로 잡아낸 사진이었다. BBC 방송은 그 주인공이 지난달 법과대학을 갓 졸업한 견습 변호사인 다비니아 터렐(24)이라고 11일 보도했다.

데일리 메일 등 영국 일간지들도 “그의 기구한 운명이 영국민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터렐의 아버지는 “지난달 아내가 암으로 세상을 떠났는데 이제 딸에게 이런 불행이 닥쳤다”면서 안타까와 했다.

당초 터렐은 왼쪽 얼굴의 피부가 녹아내릴 정도의 중화상을 입었다. 사고 현장에서 우연히 터렐을 지켜봤던 목격자는 “불덩어리가 터렐의 얼굴을 강타했다. 피부가 타들어가는 냄새가 진동했다” 고 끔찍했던 순간을 전했다.

사진속에서 터렐을 부축해 주었던 전직 소방관 폴 대지는 “그는 정말 강인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화상을 입고 불평을 했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고 칭찬했다. 대지는 도움을 요청하던 터렐의 얼굴에 응급구조대로부터 받은 화상 보호천을 덮어 준 후 구급차까지 이끌어 주었다.

터렐의 할머니는 “손녀는 모범생이었고 온 집안의 희망이었다”며 “회복하게 해달라고 간절하게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터렐의 가족들은 “그는 폭발의 이유가 테러때문인지는 아직 모른다”면서 “매우 긍정적인 성격이라 생각보다 회복이 빨리 되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 네츠 차이퉁은 “사고 후 피부이식을 위해 수술을 받는 고통속에서도 그는 자신보다 남을 더 걱정하는 용감한 모습을 보였다”며 “그는 이제 영국민들의 영웅이 되었다” 고 덧붙였다.

베를린=유권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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