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허벌판에 편의점 … CU의 실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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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이 하나도 없는 허허벌판에 컨테이너 편의점이 들어선다?

 편의점 CU가 ‘나대지 팝업스토어(사진)’를 들고 나왔다. 포화된 기존 건물에 편의점을 늘리는 정책에서 벗어나 편의점 형태를 다양하게 만들어가겠다는 ‘포맷 다양화 전략’의 일환이다. 건물이나 부대시설이 전혀 없는 빈 땅(나대지)를 단기간 빌려 컨테이너 형태의 팝업스토어 편의점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CU는 이달 중순 강원도 삼척에 첫 나대지 팝업스토어 매장을 열 예정이라고 5일 밝혔다. 가로X세로X높이(9mX6mX3m) 크기의 컨테이너 건축물을 직접 지어 빈 땅에 세운다. 1년간 본사에서 직영으로 운영한 후 나대지에 건축물이 새로 생기면 가맹점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편의점이 나대지를 활용한 매장을 여는 것은 성장 잠재력이 높은 주요 상권을 사전에 확보하고 수익성을 직접 평가하기 위해서다. 택지개발지구나 산업단지조성지구 등 아직 건물이 완공되지 않았지만 입주민이 늘어나고 상권이 활성화되는 지역을 노렸다.

이건명 BGF리테일 점포디자인팀장은 “나대지 팝업스토어는 점포의 수익성을 사전에 파악하여 가맹점의 안정적인 운영을 돕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지소유자는 임대료를 받는데다 향후 건물 신축시 사업자를 확보할 수 있어 좋고, 본사는 상권을 차지할 수 있어 좋다는 것도 장점이다.

 편의점 형태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 CU는 올해 3.5톤과 5톤 차량을 컨테이너 형태로 개조해 전국의 지자체 행사를 찾아다니는 이동형 편의점 ‘트랜스포머’를 운영했다. 제주 올레 행사나, 자라섬페스티벌같은 음악회, 각종 지자체 축제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차량 편의점이다. 행사장 인근 점포를 베이스캠프로 삼아 물건을 공급하고 인근 고객들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길게는 두 달 짧게는 일주일씩 운영된다.

골프장을 찾는 고객들이 주로 쉬어가는 ‘그늘집’ 매장은 물론 골프 카트에 필요한 물품들을 싣고 고객을 찾아가는 카트형 매장도 운영중이다. 유억권 BGF리테일 과장은 “물과 음료수나 간단한 간식과 운동용품 등을 싣고 다니는 카트 매장이 골프장에서 인기”라며 “포화된 상권에서 벗어나 공원이나 편의 시설이 없는 공터에도 고객을 찾아가는 매장 등 새로운 상권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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