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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언론 겨냥 "언제 대통령 대접한 적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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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이 1일 밤 MBC-TV의 '100분 토론'에 출연해 국정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참여정부 두달을 말한다'는 주제로 두시간 동안 생중계된 토론회는 盧대통령이 패널리스트 6명의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패널리스트로는 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 손호철 서강대 교수, 서명숙 시사저널 편집장, 김윤자 한신대교수, 김상철 MBC 부장대우, 고유환 동국대 교수가 나섰다.

盧대통령은 인사말에서 "청와대에 들어온 두달여 동안 최선을 다했지만 여론을 살펴보면 국민 모두가 만족하는 것 같지는 않으며, 썩 미더워하는 것 같지도 않다"면서도 "실제로 해보니 어려운 일이 많지만 예측했던 것보다 훨씬 더 어렵다고 생각하지는 않으며, 열심히 하면 잘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도 생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 여러분이 안도하고 미더워하는 대통령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다음은 주제별 일문일답.

◆신당과 정계개편

-신당 움직임이 있는데 구상은.

"이런 저런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러나 말하기 어렵다. 당정분리하겠다고 약속했다. 꼭 지켜야 할 약속이다. 그러자니 당이 돌아가는 일에 속은 뻔하지만 감 놔라, 배 놔라할 수 없고 하지도 않는다. 야당에선 벌써 대통령의 음모다, 공작이다라고 한다. 저도 정국에 대해 말할 권리도 의무도 있다. 좀더 지켜보고 의사를 표명해야 할 때 대통령의 힘이 특별히 실리지 않도록 당 중진의 한 사람으로 의견을 말하겠다."

-뻔한 속내라면 얘기하는 게 낫지 않은가. 신당을 통해 내년 총선에서 원내 과반수를 차지하겠다는 생각이 아닌가.

"모든 가능성을 다 생각해봤다. 그러나 어느 선택도 다 문제가 있어 쉽지 않다. 다만 분명한 것은 다음 총선에 무슨 당을 만들어 반드시 과반수를 차지해야 한다며 무리할 생각은 없다. 대통령이 소속된 정당이 과반수되는 게 국정 개혁의 결정적 요건은 아니다. 국민의 지지를 받는 게 중요하다."

◆재벌 및 노동문제

-재벌개혁과 관련해 국내외 기업 간의 차별문제가 있다. 금융계열사 의결권 문제가 그것이다. 차별을 두면서 어떻게 개혁을 하나.

"재벌의 금융기관 소유문제는 고민이다. 불허하면 국내기업에 차별이라는 논란이 있는데 산업자본이냐, 금융자본이냐가 더 중요하다.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는 한국적 풍토에서는 굉장히 문제가 있다고 본다. 재벌들이 은행을 소유하고 싶어서 국내외 자본의 차별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옳지 않다. 자기들 주식은 외국에다 팔면서 왜 외국자본은 안된다고 하는가. 출자총액제한으로 의결권을 막아놨다고 하는데 현재로서는 금융자본 이외에 다른 자본에 의한 M&A는 막을 수 있는 장치가 있다."

-비정규직 차별 철폐 대책은 있나. 노조에 사외이사 추천권을 주는 제도를 도입할 의향은.

"현실적으로 비정규직을 좀 더 줄이는 방향으로 가겠다. 대기업의 노조도 문제다. 실제 길거리로 나올 때는 비정규직 문제를 들고 나오지만 협상에서는 비정규직에 대해 얼마나 진지하게 고민하는지 양심에 손을 얹고 한번 생각해 보라고 하고 싶다."

◆교육개방

-교육개방 양허안을 낸 이유는.

"대학교육은 국민 교육을 넘어서 세계적 수준으로 경쟁하는 사람을 길러내는 것이다. 개방해서 경쟁에 이겨야 한다."

◆행정수도 이전과 투기 문제

-부동산 투기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너무 많아 이름을 다 기억하지 못할 정도다. 그러나 행정수도가 확정되기 전까지 투기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행정수도 결정을 취임 후 1년이라고 했다가 다시 내년 하반기로 미뤘는데.

"우선 2001년도에 경기 부양의 일환으로 부동산 경기 부양 조치가 있었는데 이는 실책이다. 행정수도 이전 계획이 투기의 호재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국가적인 프로젝트를 포기할 수는 없다. 빨리 매듭지으라는데 행정수도 이전에는 기술적 요소와 정책적 요소 있다. 기술적으로 충분히 준비되고 국민을 설득하는데는 시간이 걸린다는 보고를 받았다."

-(행정수도 이전 연기가)총선의 변수가 되지는 않나.

"미루는 게 총선에 유리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오히려 총선전에 결정하면 충청도에서는 호재를 만들 수도 있다. 그런 변수를 고려하지 않았다."

◆한총련 관련

-한총련 합법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일부 보도나 사회 일각에서 말하듯이 그렇게 단순히 사상이 경도돼 철없이 행동하는 조직은 아니라고 본다. 한총련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느낌이 좋았다. 생각이 다른 사람을 인정하려는 열린 자세가 중요하다. 처음 구상은 대학 교수나 인권운동을 하는 분들이 좀 나서서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 대법원 판례는 수용해야 하므로 한총련도 규정을 좀 바꿨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게 잘 안돼 법무부 장관에게 '한총련은 어떻게 할 거냐'고 조금 짜증 섞인 얘기를 했었다. 그랬더니 법무부 장관이 알아서 할테니 대통령은 좀 나서지 말라고 하더라."

◆북핵 문제

-오늘 청와대 라종일 국가안보보좌관은 우리가 3자회담에 안 들어가도 좋다고 했다. 그러면 '한국 주도'는 어디로 갔느냐. 국민을 호도한 것 아니냐.

"3자회담에 참석하면 주도하는 것이 되고 참석 안 하면 그렇지 않다고 보지 않는다. 우리가 3자회담에 참여하지 못했던 것을 여론은 대단히 불쾌하게 생각하고 수모로 느꼈다고 하지만 나는 생각이 달랐다. 우리 의견이 반영되는 게 중요하지, 참여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다. 그러니 참모들에게 정직하게 나가자고 했다."

-처음부터 그랬다는 건가.

"처음부터 그랬다. 억지로 참여하려 하면서 판을 깨지 말자. 문제가 풀려가도록 실질적인 대응을 하자고 했다. "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 내용을 감추진 않는가.

"그때그때 긴밀히 대화한다. 다만 미국 언론에 먼저 보도되는 문제가 있어 여러가지로 점검해봤는데 참 통제하기 쉽지 않은 문제다. 국민 마음이 상하는 문제인데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부시 미 대통령이 먼저 만나는 것은 아닌가.

"그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나는 金위원장을 지금 만나려고 노력하진 않는다. 북.미 간 핵문제가 타결되지 않으면 나머지 문제들은 金위원장을 따로 만나도 풀어낼 문제가 아니다."

-북핵 해결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는 데 해결 과정에서 金위원장을 만나 협상 기회로 삼을 생각은.

"북.미 대화가 진행되고 있을 땐 판이 잘 되도록 해줘야 한다. 제가 지금 金위원장을 만나 딴소리하면 되는 판도 깨진다. 북.미 대화가 끊기면 잇기 위한 여러가지 노력을 새롭게 해야 한다. 그땐 金위원장을 만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을 보일 건가.

"주한미군 재배치나 축소 문제는 지금의 한.미 관계 때문이 아니라 미국의 군사전략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한국 군사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국가정보원 인사 파문

-고영구 국정원장과 서동만 기조실장 인사로 파란이 일고 있다. 국회의 평가를 무시한 인사의 강행으로 상생의 정치가 수포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

"문제는 국정원을 앞으로 어떻게 개혁해 나갈 것인가 하는 점과 국회를 어떻게 존중하고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지였다. 그 중에서 부득이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국정원이 국민의 신뢰를 잃고, 지금까지 제기능을 제대로 못하고 있기 때문에 국정원을 권력기관에서 순수한 정보기관으로 되돌려 놓는 개혁은 꼭 필요한 일이다. 야당이 찬성하지 않더라도 개혁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강민석.박신홍.고정애.서승욱 기자

<사진 설명 전문>
▶사진 1
노무현 대통령이 1일 MBC-TV의 '100분 토론'에 앞서 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 등 패널들과 악수하고 있다. [신동연 기자]

▶사진 2
노무현 대통령이 1일 MBC-TV의 '100분 토론'에 앞서 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 등 패널들과 악수하고 있다. [신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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