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여인 축재경위 불분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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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장 여인의 사채파동에 관한 검찰의 발표나 재무부의 국회보고로는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아무리 숫자를 맞춰 봐도 계산이 맞지 않는다. 단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장 여인이 작년 2월 이후 발행한 어음이 2천6백24억 원이고 그중 현금화한 어음금액이 1천4백76억 원이라는 것뿐이다.
첫 번째 의문은 장 여인이 본격적으로 사채시장에 등장하기 이전의 재산이 얼마나 됐고 어떻게 축재했는가 하는 점이다.
장 여인은 공영토건과 일신제강을 상대로 81년 초 거의 동시에 사채를 빌려주기 시작했으며 거래단위는 이미 이때부터 기백 억 원 대였었다.
결국 돈의 출처야 어찌되었건 간에 데뷔 이전부터 수백 억 원의 재산을 가지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
당국의 발표처럼 이혼하고서 위자료로 챙긴 5억 원이 재산증식의 원본이었다고 보기에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금액이다. 따라서 과연 그런 엄청난 돈의 별도출처가 어디 있겠느냐는 의문이 풀리지 않는 것이다.
다음은 어음을 발행해서 썼다는 1천4백76억 원의 지출내용이다.
우선 어음할인 이자로 물었다는 5백99억 원. 월리 평균 3%로 계산한 것이라면 어음 할인한 금액은 역산할 경우 검찰발표보다 약 2백억 원이 많은 1천6백64억 원이 된다.
또 이처럼 엄청난 이자 돈을 벌면서 장 여인이 공영토건 등 4개 업체에 5백76억 원을 빌려주면서 받았을 이자수입에 관해서는 전혀 따지질 않았다. 연 20%로 따져도 1백15억 원이다.
더욱이 자기가 빌려줄 때 금리는 월 1.7% 수준에 불과하면서 빌 때의 금리는 평균 3%의 고리였다는 점도 이해하기 어렵다.
다음은 예금유치비용 87억 원. 장 여인이 유치한 예금규모가 모두 1천7백억 원인데 이 돈의 5%를 커미션으로 진짜 예금주에게 지급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은행감독원의 분석에 따르면 이 예금은 모두 3개월 만기 짜리 정기예금이었으므로 월 평균 예금잔고는 4백35억 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87억 원이라는 숫자가 나오려면 예금만기일이 경신될 때마다 5%의 커미션을 준 것으로 계산했어야 하는데 이는 결국 연리로 따져서 예금유치 액의 무려 20%를 커미션으로 물었다는 이야기다. 단순한 사채중개업자도 아닌 장 여인으로서는 도저히 납득이 안가는 숫자다.
또 예금유치커미션이란 으레 은행이 중간에 서서 융자받아 가는 기업들의 대출커미션에 얹어 물리는 것이 상례인 점으로 미뤄 봐도 믿어지질 앉는다.
한편 증권투자를 해서 무려 3백77억 원을 손해봤다는 점에 대해서는 증권관계 종사자들 치고 어느 누구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하고 있다.
우선 그녀가 증권가의 새로운 큰손으로 알려지게 된 것이 작년 5∼7월 사이의 주가폭등 때 상당한 재미를 봤다는 소문이 나돌면서부터였다. 그러니까 증권가의 장 여인은 재미를 본 장본인이었지 손해를 본 케이스가 아니었다. 물론 작년 하반기 이후 주가가 계속 내림세를 보임에 따라 큰손들의 작전이 여의치 않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장 여인도 적지 않은 손해를 봤을 것이다. 그러나 발표대로 3백77억 원을 손해보려면 1주에 평균 3백원이 떨어졌다고 가정해도 무려 1억7천 만주를 손해만 보면서 사고 팔기를 계속했다고 봐야 한다. 만약 그랬었다면 증시는 폭락세를 거듭했을 것이다.
개인재산으로 분류된 3백77억 원의 내용은 더욱 납득할 수 없다. 현금이나 보유주식·보석 등 항목별로 밝혀 놓은 액수는 다 합쳐야 59억 원 밖에 되지 않고 나머지 2백62억 원의 행방은 액수도 밝히지 않고 그저 골동품과 부동산을 산 것으로만 되어 있다.
이런 식으로 따져서 문제의 1천4백76억 원 중에서 77억 원 만이 용도불명이라는 것이 당국의 발표다.
그러나 지금까지 따져 봤듯이 77억 원이라는 숫자는 맞추다 맞추다 그래도 남는 액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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