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24살에 스님 됐으나 29살엔 목사로…신약성서 읽고 하느님의 사자 결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가끔 신도들은 묻는다.『목사님은 어째서 불교에서 기독교로 개종하게 펐느냐』고. 17년 동안 자기 해탈을 위해 고행의 길을 걷던 스님이 어느 날 갑자기 목사가 되어 나타났으니 잔뜩 호기심이 가는 모양이다. 이같은 질문을 받은 때마다 나는『하느님의 뜻』이라며 웃는다.
우리 집안은 할아버지 때부터 부처님을 믿어온 독실한 불교 집안이었다. 할아버님은 강원도지부 불교 신도회장을 지내셨고 아버님은 한국불교 대 고종의 스님이셨다.
불교 집안에서 태어나 잔뼈가 굵었으니 내가 스님이 된 것은 당연한 노릇. 6살 때 불교에 입문,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24살 때 입산했다. 경배 영양군 일월산 천화사에서 3년 동안 행자의 과정을 거쳐 스님이 되었다.
불교는 끝없는 고행과 의문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 자기해탈에 이르는 종교다. 그것은 열반(열반)으로 가는 길이기도 하다.
그러나 구도자로서의 연륜이 쌓이면 쌓일수록 의문은 끝없이 뒤따르고 깨달음도, 해탈도 인간의 힘으로는 불가능 한 것처럼 느껴졌다. 그때마다 나는 회의와 번민으로 방황했다.
그러던 어느 날, 시주를 받기 위해 우연히 들른 경북 봉화군의 시골 마을에서 한 기독교 청년과 만나 불교와 기독교의 내세관(내세관)에 대해 열딘 토론을 벌이게 됐고 그 청년으로부터 신약성서 한권을 선물로 받게되었다.
이 한권의 성서가 불가의 집안에서 잔뼈가 굵어온「스님」을「목사」로 만들었으니 모든 것이『하느님의 뜻』이랄 수밖엔 없지 않은가.
당시 나이는 스물 아홉. 개종(개종)의 갈림길에 섰을 때 나는 숱한 번민의 밤을 지새웠다. 개종은 곧 파계요, 종단에 대한 배신행위요, 부모님에 대한 불효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복을 벗은 이유를 짧은 지면을 통해 설명하기는 어렵다.
다만『끝없는 고행과 자기성찰로 해탈의 경지에 이르려야하는 불교의 계율을 지키기에는 인간은 너무도 무력한 존재임을 느꼈다는 점, 무력한 인간에게는 절대 신인 하느님의 존재가 필요하고 인간의 구원 또한 전지전능하신 하느님을 믿음으로서만 가능하다』고 느꼈기에 기독교와 인연을 맺게 됐는지 모른다.
기독교로 개종한 후인 지난72년 부산 신학대학을 졸업했다. 당시 나이 33살이었으니 만학인 셈이다. 그후 77년3월 기독교 대한 감리교회 목사로 안수를 받았고 하느님의 사자(사자)로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김진규<43·서울 논현동 제일감리교회 목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