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위험 있는데 보험이 간다 별난 상품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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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노영혜(36)씨는 지난달 30일 휴대전화를 잃어버린 뒤 새로 사기 위해 대리점을 찾았다. 그는 상담 도중 '휴대전화보험'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 자리에서 가입했다. 이 보험은 월 4000원의 보험료만 내면 분실.도난.파손 등으로 입은 피해를 최대 45만원까지 보장해 준다. 노씨는 "값비싼 휴대전화에 안전장치가 없어서 늘 불안했는데 이젠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회사원 박모(35)씨는 최근 집 부근에서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다가 자전거와 부딪쳐 무릎 등에 찰과상을 입었다. 그는 병원에 갈 때 얼마 전 보험에 가입한 기억이 떠올랐다. 당시 "다칠지 모르니 들자"는 친구의 권유로 6개월짜리 '인라인스케이트 보험'에 가입한 뒤 친구 2명과 공동으로 보험료 3만8500원을 냈다. 이 보험 덕에 보험사에서 치료비 8만8710원을 받았다.

보험시장에 틈새 상품 바람이 불고 있다. 전쟁.테러로 사망하거나 경제적 손실을 입을 경우 보장해 주는 상품이 등장하는가 하면 군복무 중 사고를 당할 경우 보장해 주는 '군인 보험'까지 나왔다. 또 ▶골프 부킹이 취소되면 위로금을 주는 '골프 보험' ▶연인이 사고 등으로 데이트를 못하면 위로금을 주는 '커플 보험' ▶다이어트를 하다가 질병에 걸리거나 다치면 보험금을 주는 '다이어트 보험'도 등장했다. 이 밖에 미용실 헤어디자이너가 팔이나 손가락을 다쳤을 때 보장해 주는 '미용실 보험', 마라톤을 하다가 심장마비 등 심장질환이 발생하면 보장해 주는 '러닝메이트 보험' 등도 선보였다.

특히 동양화재가 내놓은 군인 보험은 최근 군부대 내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하면서 아들을 군에 보내는 부모의 가입 문의가 크게 늘었다고 한다. 동양화재 관계자는 "앞으로 고객의 욕구가 다양해 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독특한 상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해상은 '휴대전화 보험', '전쟁 보험(신변안전보험)', '자원봉사자 보험(자원봉사자가 상해를 입었을 경우 보상)', '조류독감 보험(축산업자가 조류독감 피해를 보았을 경우 보상)', '남북한 주민왕래 보험(북한 등을 방문할 때 상해를 입은 경우 보상)' 등을 개발해 판매 중이다.

제일화재도 최근 외제차와 부딪쳤을 경우 일반 대물배상 가입액의 2배까지 보장해 주는 '자동차보험 외제차 특약'을, 쌍용화재는 중고차를 살 때 성능 점검 기록부에 '양호'로 표시된 부품이 고장 나면 수리비를 보상해 주는 '중고차 수리비 보험'을 각각 내놓았다.

보험업계는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 보험시장에서 보험사들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 다양한 상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고 풀이했다. 또한 보험료 규모가 크지 않은 틈새 시장을 공략하는 것은 비록 작은 시장이지만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제때 제공해 회사의 이미지를 높이자는 뜻도 담겨 있다.

김창규 기자

이런 보험도 있다

▶전쟁.테러

- 전쟁:전쟁 지역으로 파견되는 근로자 등이 숨지거나 다칠 경우 보장, 실종됐을 때 수색 비용도 지원(현대해상, 보험료는 전쟁 위험도에 따라 다름)

- 테러:테러로 금전적 손실을 입거나 기업이 휴업을 하게 될 경우 보상(신동아화재, 보험료는 보장 대상에 따라 다름)

▶개인용도

- 커플:커플 중 한 명이 사망시 상대방에게 위로금 지급, 사고로 데이트 어려워져도 위로금 지급(동양화재, 연 2만~3만원)

- 다이어트:지나친 다이어트로 거식증 판정받거나 에어로빅 등 다이어트 활동 중 사고 나면 보험금 지급(동양화재, 연 1만5000원)

▶취미활동

- 골프:자동차보험에 특약(1만2000원)을 하면 부킹 취소 위로금 등을 제공하거나(그린화재), 골프할 때 상해 입으면 보상금, 홀인원 때 축하금 등 제공(신동아화재, 월 10만~15만원)

- 인라인스케이트:인라인스케이트를 타다가 사망하거나 후유 장애가 생기면 보상(동부화재, 연 2만~6만원)

- 마라톤:마라톤 중 심장질환 생기면 최고 5000만원 지급하고 골절 등 다칠 경우 수술비 지급(동양화재, 연 4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