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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권투선수「바라바」끝내 숨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대전료 1천 달러(약70만원)를 벌러 온 필리핀의 프로복서「안디·바라바」선수(28)가 4일간의 끈질긴 삶의 투쟁도 보람없이 11일 상오9시43분쯤 국립의료원 회복실에서 소생하지 못하고 끝내 절명했다. 「바라바」는 지난 7일 밤 장충 체육관에서 신희섭 선수(19·한국주니어플라이급1위)와의 논타이틀 전에서 9, 10회에 모두 3차례 스탠딩 다운을 당한 끝에 주심 김재근씨에 의해 10회 2분34초만에 KO패가 선언된 후 링을 내려오다 갑자기 현기증 증세를 일으키며 쓰러져 국립의료원에 긴급 이송, 신경외과 도종웅 과장의 집도아래 4시간에 걸쳐 뇌수술을 받았으나 회복을 못한채 그동안 혼수상태를 계속했었다.
「바라바」는 수술 후에도 회복을 못하다 9일 새벽부터 상태가 더욱 나빠져 인공호흡기와 혈압상승제를 복용하는 등 국립의료진이 최선을 다했으나 뇌의 상처가 치명적이어서 회복치 못하고 국내 링에서 사망한 첫 외국인 복서가 됐다.「바라바」의 사인은 급성 점막하현종 뇌좌상.「바라바」는 통산 전적 24승(10KO) 3패3무로 필리핀에서 전 OPBF플라이급 챔피언인「시오니·카루포」, 전 WBC라이트 플라이급 챔피언「녜트로이·브라싱」(태국)을 각각판정으로 이기는 상승세를 보였다. 투지가 좋은「바라바」는 올해안에 세계 타이틀 도전을 노리다 변을 당한 것이다.
「바라바」는 고향인 민다나오 섬에 아내와 1살된 아들 등 3남매를 두고 있다.
한편「바라바」선수의 입원비 및 수술비는 주최측인 극동 프러모션이 모두 물었으나 도의적 책임 등과 함께 앞으로 보상문제 등이 남아 있다.
한국 권투 위원회(KBC)는 경기 때마다 건강 보험금으로 대전료의 1%씩을 받고있어 이 건강 보험금을 적립, 선수들이 경기 중 부상 및 사망의 경우에 대비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의 선수가 국내 링에서 사망한 것은「바라바」선수가 처음으로 보상을 어떻게 지불해야하는지 확실한 규정이 없어 당황하고 있다.
한국 권투 위원회와 이 대회를 주최한 극동 프러모션(대표 김종수)은 치료비 3백만원과 보상문제를 협의 중에 있다.
한국 복서가 사망한 것은 이제까지 일제하의 김정연씨와 59년 서울 운동장에서 미군 「슐」선수와 대전에서 다운되며 링 바닥에 부딪쳐 사망한 송재구 선수 등 두명 뿐이다.
근래에 세계 복싱계에서 가장 쇼킹한 죽음은 지난해 9월19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사망한 영국의「조니·오웬」.「오웬」은 WBC밴텀급 챔피언「루페·핀토르」(맥시코)와의 타이틀 매치에서 12회KO패, 혼수상태가 되어 가료 도중 3일만에 숨진 것이다.
지난45년이래 전 세계적으로 링에서 사망한 프로·아마북서는 3백30여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현재 아이슬란드·스웨덴·노르웨이는 프로복싱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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