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류 잔치 빛내준 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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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이 대회는 8개국 9개 팀이 A, B조로 나뉘어 1차 예선 리그를 벌여 각 조3위 이장 팀이 2차 리그에 진출, 다시 3개 팀씩 A, B조로 나뉘어 리그전을 가지며 2차 리그의 각 조1, 2위 팀이 준결승에 진출하게 된다.
준결승전도 두번 대전하여 종합스코어로 우열을 가려 결승 진출 팀을 가리는 특이한 경기방식을 택하고 있다. 한편 이번 대회에는 당초 북한과 중공의 대표팀이 출전할 것으로 예상, 대한 축구 협회는 대북전의 필승을 노려 화랑을 파견했으나 북한은 불참하고 중공마저 태국수준의 천진시 선발 팀이 출전, 무적의 독주를 하게된 것이다.
축구계 일각에서는 대회 개막의 상당한 시일을 앞두고 이미 북한의 불참이 확실시되고 있었으므로 화랑이 아닌 상비군 2진 정도의 팀을 파견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었다.
그러나 축구 협회는 작년이 대회에 충의 팀을 출전 시켰다가 북한에 2-0으로 패한 충격을 못 잊어 화랑의 파견을 고집했다.
일부 축구인들은 이와 같은 3류 대회에까지 화랑을 동원시키는 축구 행정 때문에 올림픽과 월드컵 예선 등 결정적 공식 빅 이벤트에선 항상 패배의 오욕을 씹는 악순환을 되풀이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상대팀들이 워낙 수준이하이므로 이번 대회에서 화랑이 연말의 아시안 게임에 대비한 전력강화를 기한다는 효과는 전혀 기대할 수도 없다.
북한은 작년 대회에 사실상의 대표팀인 평양선발을 파견, 우승을 차지했다가 올해는 화랑의 출전소식에 승산이 없자 아예 불참해 버리는 약삭빠른 술책을 쓰고 있다.
이 대회는 국제 대회이면서도 예컨대 화랑이 8, 9, 10일 사흘동안을 계속 게임을 치르게 하는 등 상식이하의 운영을 하고 있어 일부에선「동네 축구대회」라고까지 혹평하고 있다.
축구경기는 한 팀이 최소한 하루의 휴식 후 다시 경기에 임하도록 하는 것이 불문으로 되어있다. <박군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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