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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자는 시대의 파수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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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 8일 과천시민회관에서 열린 '2005 범죄예방 한마음대회'에서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법무부와 중앙일보.KBS가 공동주최하는 '2005 밝은 사회를 위한 범죄예방 한마음대회'가 8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민회관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는 김상희 법무부 차관과 중앙일보 송필호 사장, KBS 김홍 부사장, 법무부 범죄예방위원 전국연합회 류봉식 회장 등 1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식전 행사와 시상식의 순으로 진행됐다. 식전 행사에선 안산종합예술학교 학생들이 록밴드 공연을 펼쳤다.

시상식에서는 20여 년간 200명이 넘는 비행 청소년을 선도하는 등 청소년 범죄 예방활동에 헌신해 온 류지일(68.서울동부지역협의회) 범죄예방위원이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는 등 27명이 정부 포상을 받았다. 또 1992년부터 사회봉사 명령 대상자들을 지도.감독해 범법자 교화에 힘쓴 조무공(56.부산지역협의회) 범죄예방위원 등 11명이 자원봉사상을 받았다. 범죄예방위원 의정부지역협의회 등 5개 지역협의회는 단체표창을 받았다.

천정배 법무부 장관은 김 차관이 대독한 치사에서 "범죄를 예방하고 범죄인을 교화하는 데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자원봉사자의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범죄예방 활동이 온 국민이 참여하는 생활운동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헌신해 달라"고 당부했다.

송필호 본사 사장은 축사를 통해 "최근 들어 빈부격차.가치관 충돌 등으로 사회 규범이 약화되고, 범죄가 심각해지고 있다"며 "그런 점에서 비행 청소년 선도 및 범법자 교화에 앞장서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은 시대의 파수꾼"이라고 강조했다.

범죄예방위원 전국연합회는 전국에 55개 지역협의회를 두고 있다. 회원은 1만8000여 명이며, 비행 청소년 선도 및 출소자 지원 등의 활동을 한다.

하재식 기자 <angelha@joongang.co.kr>

자원봉사상 (본상 5명)

◆ 조광원(59)씨는 1990년부터 선도조건부 기소유예자 등 32명을 위탁받아 매달 한두 차례 방문 상담하는 등 열성적으로 지도했다. 또한 1994년 이후 경기도 오산 일대의 불우 청소년 100여 명에게 1370여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하는 등 청소년 봉사에도 힘을 쏟고 있다. 수원지역협의회 범죄예방위원이다.

◆ 신부귀(64.여)씨는 보호관찰 대상 청소년과 장애인을 결연시켜 비행 청소년 선도에 앞장서 왔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당시 보호관찰 대상 청소년 40명을 중증 장애인 시설인 혜성원의 장애인 40명과 1대1로 자매결연을 맺게 해 경기관람을 돕게 했다. 부산지역협의회 범죄예방위원.

◆ 김정수(55)씨는 현직 의사로 97년 밀양지역협의회 범죄예방위원에 위촉된 뒤 형편이 어려운 소년.소녀가장 14명을 취업시키는 등 '사랑의 가족만들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장애인 수용자 300명에게 무료 의료봉사도 하고 있다.

◆ 이만수(70)씨는 의정부지역협의회 범죄예방위원으로 '늘푸른 청소년 예술제'를 개최하고 '청소년 푸른 쉼터'를 조성하는 등 유해환경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고, 건전한 놀이문화를 발전시키는 데 기여했다. 결식.장애아동에게 장학금과 생계비를 지원하고 있다.

◆ 정성규(47)씨는 98년부터 울산지역협의회 범죄예방위원으로 우범지역 순찰을 통한 범죄 예방활동을 하고 있다. 99년부터 연 2회씩 범죄예방위원 100여 명과 함께 행락지 질서유지와 자연보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해마다 경로잔치를 열고, 쌀.라면 등 생필품을 지원하고 있다.

국민훈장 (4명)

◆ 박점문(82)씨는 1981년부터 지금까지 24년간 김포지역의 불우 청소년과 독거노인 등을 지원해온 공로로 동백장을 받았다. 소년.소녀가장 등 불우 청소년 431명에게 생계비 7000여만원을 지원했고, 보호관찰 대상 청소년 123명에게는 3500여만원의 장학금을 제공했다. 또한 지역 청소년 6000여 명에게 50차례에 걸쳐 '청소년 비행과 대책'등을 강연하는 등 청소년 보호와 선도에 힘을 쏟았다.

◆ 강재업(63)씨는 제주지역협의회 범죄예방위원으로 학교폭력 추방, 환경훼손 방지, 교통사고 줄이기 등 제주 지역의'신(新) 3무 운동'에 앞장서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았다. 1986년부터 선도유예 대상자와 보호관찰 대상자 58명을 위탁받아 한 사람의 재범자 없이 사회에 복귀시켰다. 2001년부터 해마다 방학 동안 도내 초.중.고생을 초청,1박2일로 학교폭력 예방과 대처법 등을 교육하고 있다.

◆ 박노회(67)씨는 30년간 전남 광양에서 출소자 정착에 힘쓴 공로로 동백장을 받았다. 출소자 80명에게 생계비 3000만원을 지원하고, 가정형편 때문에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출소자 29쌍의 합동 결혼식을 주선했다. 2001~2004년 보호관찰 대상자 120명에게 2000만원의 교육비를 지원하고, 이 중 95명의 기업체 취직을 주선했다.

◆ 황영배(58)씨는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았다. 통영지역협의회 범죄예방위원인 황씨는 야간순찰과 유해업소 방문을 통해 청소년 범죄예방에 기여했다. 1998년부터 매년 길거리 농구대회를 개최하는 등 청소년을 위한 건전한 놀이문화를 조성하는 데 힘을 쏟았다. 2003년에는 욕지도 주민 무료 검진과 노후 전기시설 보수를 위해 1500만원을 지원했다.

20년간 비행·불우 청소년 이끌어
국민훈장 모란장 류지일 씨

"한밤중에 집에 전화가 걸려오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요. 제가 알고 있는 청소년이 가출했거나, 범죄를 저질렀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죠. "

'2005 범죄예방 한마음대회'에서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은 류지일(68) 범죄예방위원은 "청소년들이 사회적 무관심 때문에 나쁜 길로 갈까 봐 20년 동안 노심초사했다"고 말했다.

류씨는 처음엔 인터뷰를 거절했다. 그동안 도움을 받은 청소년들이 공명심을 노리고 봉사활동을 한 것으로 오해할 수 있고, 혹시라도 그들에게 피해가 갈지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거듭된 요청에 그는 "봉사는 숨어서 하는 게 제일인데…"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가톨릭 신자인 류씨가 비행 청소년에게 관심을 가진 것은 1985년 서울동부지청 소년선도위원에 위촉되면서다. 그동안 류씨가 돌본 비행 청소년은 228명. 그는 특히 선도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비행 청소년들을 매년 5~10여 명씩 맡아 친자식처럼 보살폈다. 매달 세 차례 비행 청소년의 집을 방문해 어려운 점이 없는지 살펴보고 쌀.옷 등의 생활용품을 사줬다. 선도조건부 기소유예는 소년범의 교화.재범 방지를 위해 일정기간 범행을 저지르지 않는 조건으로 검사가 기소를 유예하는 제도다.

그는 범죄예방위원에 위촉된 90년부터 250여 차례 소년원.구치소를 방문해 3400만원어치의 생활물품을 전달했다. 이 외에도 불우 청소년 및 소년.소녀가장에게 장학금을 주거나, 취업을 알선하는 등 불우이웃 돕기에도 앞장섰다. 비용은 무역업과 농장 경영 등을 통해 번 재산으로 충당했다.

보람도 많았다. 특히 98년 정신지체 1급의 아버지를 모시느라 학업을 포기하려 했던 김철수(23.가명)군을 잊지 못한다. "고교 1학년이던 철수를 설득해 학교를 졸업하도록 도왔어요. 나중에 '아저씨가 아니었으면 고교 졸업장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고마움을 표시하더군요. "

류씨는 92년부터 10년 동안 '자녀 안심하고 학교보내기운동'에도 참여했다. 자신이 회장으로 있던 범죄예방위원 강동지구에서 300여 명으로 봉사대를 조직해 자정이 넘어서까지 한강 둔치와 유흥가에서 방황하는 청소년들에게 귀가하도록 설득했다. 유흥업소 사장들에게는 미성년자를 받지 말도록 신신당부했다.

그는 "비행 청소년들은 결손가정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며 "청소년 비행을 줄이려면 어른들이 솔선수범하고, 마음을 열고 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씨는 "기력이 다할 때까지 봉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재식 기자 <angelha@joongang.co.kr>

330가구 도배해준 교수님
자원봉사 대상 조무공 씨

"함께 봉사활동한 사회봉사명령 대상자들과 영광을 나누겠습니다."

범죄예방 자원봉사상 대상을 받은 조무공(56.부산시 영도구 동삼1동)씨는 사회봉사명령 대상자들과 14년째 동고동락하고 있다. 부산영남신학대 교수(사회학)인 조씨가 봉사활동에 나선 것은 1992년 부산보호관찰소의 사회봉사 집행전담위원에 뽑힌 것이 계기였다. 그때부터 동래요양원.애광양로원 등 복지시설을 찾아 청소와 목욕시키기 등의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또 2002년 11월에는 영도구 영선어린이집에 천막작업장을 설치해 놓고 구청의 재활용품 선별장에서 전자제품 등을 수거해 수리하고 있다. 영도구 와치어린이집 등 10개 영세민 어린이집에 수리한 제품 3800여 점을 기증하고 동티모르 주민들에게 TV.카세트.청소기 등 전자제품과 장난감 등 5만여 점을 보냈다.

조씨는 2002년 12월부터 영도구의 독거노인, 장애인, 저소득층의 집을 도배해주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330가구를 도배했다"며 "간단한 집수리도 우리 몫"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사회봉사명령 수료자들로 구성된 자원봉사자 모임을 두 개 만들었다. 2002년 12월 사회봉사명령 수료자 6명으로 구성된 '한마음회'가, 2003년엔 수료자 23명이 참여한 '한결회'가 결성됐다.

부산=김관종 기자 <istor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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